성공한 스타트업 ‘유니콘’의 3대 키워드는?

2004년 설립된 미국 기업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활용에서 세계 1위로 자리매김한 벤처기업이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등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기, 범죄, 테러 예방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군의 군사작전 시 위험지역을 예고하는가 하면, 얼굴 인식 데이터를 통해 2013년 4월 미국에 충격을 안긴 보스턴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범을 색출하기도 했다.

중국의 ‘에어비앤비’인 ‘투지아’는 세계 최대의 주택 보유국인 중국에서 빈 집이 5000만가구에 육박하는 가운데 중국인의 휴가 수요가 늘자 숙박사업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설립됐다. 에어비앤비 모방으로 시작했으나 중국 문화에 맞춘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주로 가족단위 여행이 많다 보니 빌라와 같은 넓은 숙소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고, 숙박시설에서 직접 쓰레기를 버리는 허드렛일을 기피하는 점을 감안해 청소부나 요리사, 집사 등을 고용하면서 소비자 입맛에 맞춘 게 주효했다.

■유니콘의 3대 키워드는 혁신·모방·변형

이들 기업은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유니콘은 비상장기업이지만 혁신적 사업을 통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지칭한다. 세계 1위 차량 공유기업 ‘우버’와 세계 1위 드론기업 ‘DJI’ 등 관련 산업을 흔들며 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일 내놓은 ‘유니콘으로 바라본 스타트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콘은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IT)이 접목된 융합기업 비중이 59%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순수 IT 기업이 34%를 차지했다. 전자상거래, 핀테크, 차량공유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미디어 분야에서도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한 흐름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보고서는 혁신, 모방, 변형 등 3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국가별 특징에서 해당 키워드가 또렷이 나타난다.

미국은 ‘혁신형’으로 우버, 에어비앤비처럼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독보적인 기술력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유니콘의 산실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모방형’으로 ‘샤오미’처럼 선진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모방해 현지 시장에 응용·확장하고 있다. 유럽은 스타트업의 거품을 경계하는 보수적인 투자 분위기로 미국과 같은 시장파괴적 비즈니스보다 수익창출력과 재무건전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별 유니콘 비중(올해 2월 기준). 한국무역협회 제공

■미·중 압도적…한국 유니콘은 고작 3개뿐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은 3년 새 4배로 늘어났다. 전 세계 유니콘 수는 2014년 45개, 2015년 83개, 2016년 147개, 2017년 3월 현재 186개로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별로는 전체 유니콘의 75.8%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99개)과 중국(42개)이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이 따라가는 양상이다. 기업가치 상위 20개 유니콘에서 9위인 인도 ‘플립카트’(전자상거래)를 제외하곤 전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다. 특히 지난해 새로 진입한 유니콘 41개 중 12개가 중국 기업이다.

이들에 비하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의 유니콘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CJ게임즈’ 등 3곳에 불과하다.

김보경 무역협회 연구원은 “한국형 유니콘 육성을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와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원칙은 허용하되 예외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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