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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염전노예 사건' 후 과중업무에 숨진 경찰, 공무상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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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읍시 인구 10만명인데 업무 인력은 1명…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악화로 사망"]

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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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염전노예 사건' 이후 급격히 늘어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경찰관 A씨의 유족들이 "유족보상금을 줄 수 없다고 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4월 전북 정읍의 한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같은해 2월부터 실종되거나 가출한 사람을 수색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안 염전노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면서 경찰은 실종·가출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읍시의 인구는 약 10만 명이었지만 실종·가출자 업무 인력은 A씨 1명뿐이었다.

A씨는 근무시간과 관계 없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면 바로 출동해 수색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A씨는 지인에게 "자신을 돌아보니 한심하다", "사는 게 힘들고 벅차다"는 등의 감정을 토로했다. 유족들은 이 점을 근거로 "A씨는 과중한 업무 수행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었다"며 이를 거부했고,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실종·가출인 업무를 혼자 담당하고 있었던 관계로 퇴근한 이후에도 사건이 발생하면 직접 현장에 출동하거나, 출동하지 않더라도 사건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었던 염전노예 사건으로 인해 A씨가 처리해야 할 업무량 자체도 적지 않은 상태였다"며 "A씨는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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