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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1000번 넘는 실험 끝에 ‘향기 나는 건조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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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마이어 밀레 가전 개발담당

‘향기 나는 건조기’를 개발한 페터 하트마이어(42)가 지난 1일 베를린 IFA 전시장의 밀레 부스에서 향기 카트리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밀레]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전시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윤부근(59)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 가전업체 밀레 부스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 제품을 5분 넘게 유심히 들여다본 그는 “오늘 본 것 중 가장 흥미롭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했다. 윤 사장이 관심을 보였던 것은 섬유유연제 없이도 옷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도록 만든 밀레의 ‘향기 나는 세탁물 건조기’였다.

 이를 개발한 이는 밀레 본사 페터 하트마이어(42) 가전제품 개발 담당이다. 지난 1일 IFA 전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하트마이어는 “2년 반 동안 1000번 넘는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하트마이어는 유럽인의 85%가 세탁물에서 신선한 자연향이 나기를 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유럽인들이 자연향을 풍기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섬유유연제다. 그러나 섬유유연제는 옷의 섬유조직을 손상시킬 수도 있고, 어떤 재질 섬유에는 향이 잘 스며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하트마이어는 건조기 속 공기 필터에 향기 나는 카트리지를 끼우는 방식을 고안했다. 세탁물을 말리는 뜨거운 공기가 필터를 통과하면서 향을 머금도록 한 것이다. 공기를 쐰 옷감 역시 향기를 품게 된다. 이런 식으로 옷에 밴 향기는 최대 한 달간 지속된다고 한다.

 하트마이어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 중 하나가 향기 선택이었다”고 했다.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각종 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시험을 할 때마다 향기 카트리지 부착 위치를 바꿔가면서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를 관찰했다. 무엇보다 기술력을 가진 향수회사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하트마이어는 “프랑스에 있는 향수 전문업체들을 거의 다 찾아 다닌 끝에 결국 프랑스 중부에 있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전했다. 현재 나온 향기 카트리지는 숲향기 등 3종이다. 하트마이어는 “이 제품으로 인해 밀레의 섬유유연제가 덜 팔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 소비자가 선택할 기회를 넓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나와 회사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향기 나는 건조기는 이달 독일과 오스트리아·폴란드 등지에서 출시됐다. 아시아에서는 2013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내 판매 가격은 1222유로(약 170만원)다.

베를린=이지상 기자

이지상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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