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들 일제히 "사드 반대 변함없다"…보복조치 경고
지난 23일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밝힌 중국 국방부 |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관영 매체들은 27일 경북 성주 골프장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하기로 한 롯데그룹을 상대로 "악몽이 되게 하겠다",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롯데가 골프장을 사드 배치를 위해 제공하기로 했다고 긴급뉴스로 타전하며 "그 결정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매출을 크게 의존하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사드 배치가 전적으로 롯데의 책임만은 아니다"면서도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조사와 면세점 재승인 문제를 상기시키며 "이런 와중에 이뤄진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책임을 롯데도 상당 부분 떠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이어 "이번 결정이 롯데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중국 소비자와 관광객을 분노케 할 수 있고, 화가 치민 중국인들이 롯데 제품과 서비스를 자국 내에서 보이콧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5위 재벌인 롯데그룹이 1994년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중국에 진출한 이후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6조원에 이르는 면세점 매출의 70%를 중국 관광객으로부터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환구망(環球網)과 왕이망(網易望), 봉황망(鳳凰網) 등도 롯데그룹이 자사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사용하도록 결정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중국 관영 CCTV도 이날 오후 5시(현지지간) 톱 뉴스로 "사드 배치에 대해 필요 조치를 할 것"이라는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내용 등을 자세히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을 강력히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을 인용해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 관영 매체들의 경고를 받았고 중국의 한국 기업들이 각종 조사를 이제 자주 받을 수밖에 없으며 각종 비관세 장벽에도 부딪힐 수 있다고 전했다.
리진잉(李君英)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인민일보 해외판과 인터뷰에서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해 "롯데그룹은 중국의 선양, 베이징, 톈진 등 여러 곳에서 소매, 식품, 석유화학, 부동산, 금융, 관광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롯데의 이런 행위는 많은 중국인의 분노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리진잉 교수는 "롯데그룹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민간에만 있는 게 아니다"면서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이라 경축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양국 정부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사드 배치 결정 후 한중 관계는 냉각돼왔다"고 지적했다.
미군 사드 포대 전경 [중국일보 화면 캡처] |
인터넷 매체인 '제1황금망'은 롯데그룹의 사드 부지 제공이 금한령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 정부가 롯데에 보복 조치를 하면 롯데 측이 큰 경제 손실을 볼 것이며 금한령이 강화되고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에 더 큰 생존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 배치를 강화하면 중국은 손실을 볼 게 별로 없는 반면 한국기업과 한국경제는 손실을 크게 볼 것"이라면서 "롯데가 한국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한중 경제 협력 및 발전의 기회를 망쳤다"고 덧붙였다.
중국 네티즌들은 "롯데를 보이콧하자"라는 자극적인 댓글을 달아 놓는 등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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