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이 한마디]"박 대통령 불출석은 스스로 유죄를 인정한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불출석...야당·국민"어이없다"며 분개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변론이 27일 오후 열린다. 헌재는 최종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마치고 평의와 평결을 거쳐 늦어도 다음달 13일까지는 탄핵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6일 오후 늦게야 박 대통령이 변론에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헌재에 통보했다. 이로써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 출석 절차 없이 선고가 내려지게 됐다.

박 대통령 측은 불출석 결정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헌법 재판관과 국회 소추위원 측의 송곳 질문을 받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법정에 심판대 아래에 서서 진술해야 하는 불명예 등 재판의 유불리와 정치적 득실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인용 시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 길이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는 일부 대리인의 '헌재 불복' 취지 발언이나 "8인 체제로 탄핵심판을 선고해선 안 된다"는 등 재판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박 대통령 대리인 발언을 감안하면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다는 지적도 있다.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헌재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게 아니어서 무조건 박 대통령을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노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은 선례가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사법기관 무시와 말 뒤집기가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11월 대국민담화에서 "필요하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지도 수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고도 뒤집었다. 검찰 조사를 거부했고 특검의 대면조사도 거부했다. 마지막 소명 기회인 헌재 출석조차 막판에 거부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정치적 책임' 공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이나 국민들이 분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 카드는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였으며, 헌재와 시민과 국회가 모두 철저하게 농락당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 측이 소명 노력은 하지 않고 시간 끌기만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특검 대면조사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헌법과 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출석 포기는 스스로 유죄임을 인정한 것", "법치국가에서 법을 부정하는 대통령. 썩 물러나라",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데 대한민국의 국민은 왜 피곤한가" 등의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함께 "내 생각과 다른 판단이 나와도 헌법적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존중해야 민주주의 선진 국민이 된다" 등 자제를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 신문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탄핵심판 변론이 27일 마무리되는 만큼 선고일은 다음달 10일이나 13일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은 2주는 대한민국이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복원시키느냐 못하느냐를 결정할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이 기간 중 '촛불'과 '태극기'가 대변하는 탄핵 찬반 세력은 물론 주요 대선 주자와 정치권,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들은 광장에서 사생결단식 대립을 하면서 헌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헌재는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국정공백 장기화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사회를 정상화시킬 막중한 책임은 헌재의 어깨 위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광장의 위세에 휘둘리지 않고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길 바란다. 한국은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