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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조선소 가동 중단에 줄도산 현실화…군산 경제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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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4일) 밀착카메라는 오는 6월부터 가동이 중단되는 군산 조선소 얘기를 담았습니다. 군산에 있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4분의 1에 이르는 6300여 명이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데요.

김도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열흘 전쯤 한 일간지에 실린 호소문입니다.

현대중공업 전북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글인데요, 제 뒤로 보이는 곳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입니다.

가동중단을 앞둔 군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군산조선소로 가는 길목에는 곳곳마다 조선소 가동중단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조선소 협력업체는 모두 150여 곳, 하지만 수주물량 부족으로 일감이 줄면서 이미 30곳에 가까운 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일감부족으로 얼마 전 부도를 맞은 한 협력업체 앞입니다.

이렇게 공장 앞에는 부지매각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고요, 한창 가동해야 할 기계들은 이렇게 멈춰 섰습니다.

울타리 안쪽을 보시면 이렇게 폐자재들만 가득 쌓여 있습니다.

남은 업체들도 일감이 없어 직원 90%를 내보내고, 다른 곳에서 일감을 구해와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임세윤/군산조선소 협력업체 : 조선소 물량이 아니고 별도로 수주해서 작업하는 물량입니다. 3달 전만 해도 (직원이) 450명 있었는데, 지금 50명 정도가 작업하고 있습니다.]

선박 블록이 가득 차 있어야 할 공장 내부는 텅 비었습니다.

조선소 인근의 한 대형 협력업체입니다.

바닥을 보시면 철제 구조물들이 수도 없이 늘어서 있는데요. 평소대로 라면 이 구조물 위에 선박 구조물을 올려놓고 건물 4층 높이만큼 작업해야 하는데 일감이 없다 보니까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군산시 전체 근로자 2만 6000명 중 조선업 관련 종사자는 6300여 명으로 전체 1/4에 이릅니다.

이대로 조선소 가동이 중단되면 하반기부터는 수천 명의 대량실직 사태로 이어져 도시 경제기반이 흔들리게 됩니다.

[군산시청 투자지원과 관계자 : (현재) 1300명의 근로자가 실직 상태인데요. 가동 중단되면 5000명이 실직 상태가 되고 2만여 명의 근로자 가족들이 생계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입니다.]

지역사회 경제는 이미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 화물차 기사들과 근로자들로 분주해야할 조선소 주변 식당거리는 한산합니다.

일감이 없어진 근로자들은 대낮부터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조선소 근로자 : 지금 많이 해봐야 (한 달에) 열흘 밖에 못하는 거예요. 나머지는 다 노는 거예요. 생계가 달렸는데 속이 안 타냐고, 다 그래 지금…]

세 집 건너 한 집은 불이 꺼져있고, 곳곳엔 가게 임대 문구가 붙었습니다.

얼마 전 문을 닫은 식당은 넉달째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결국 전기공급이 끊겼습니다.

방이 없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원룸촌도 절반 이상은 빈방입니다.

[이봉구/원룸 임대업자 : 얼마 전까지 다 살고 나갔던 사람들인데, 빈방이 잔뜩(이에요.) 회사에서 잘리고 와서 바로 그냥 싹 다 정리하고 간다고 하고…]

원룸촌 한켠에는 근로자들이 남기고 간 작업복과 안전모 등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대학생 취업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최준호/군산대 조선공학과 :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들어갔는데, 점점 더 수가 줄어들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죠. 올해는 20~30%도 제대로 안 된 것 같아요.]

주민 1만 3000여 명이 대규모 집회를 갖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석 달이 남은 지금까지도 사태해결에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남아있는 선박들이 건조를 마치고 떠나는 날, 조선소 일감도 사라집니다.

조선업의 추락이 남 이야기 같지 않은 건 저 배 한 척에 지역사회의 생계가 달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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