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4일 이사회 ‘기부금’ 논의
정경유착 논란에 엄격한 잣대 적용… 기부금 결정에 사외이사 참여 고려
다른 계열사도 같은 기준 적용할듯… 의사결정 시스템 바꿔 ‘쇄신’ 속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처럼 외부로 나간 기부금들이 ‘정경유착’ 논란에 휩싸이면서 소액 기부라도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계열사들도 같은 방향의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삼성은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해 ‘그룹 쇄신’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4일 열리는 이사회에 기부금 기준 강화와 관련한 안건을 상정해 논의한다. 현행 규정상 삼성전자는 5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에 대해서만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의결을 거치고 있다. 경영위원회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는 한 번에 500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포함한 그룹 내 재단 4곳과 성균관대 등 특수관계인이 대상일 때는 50억 원 이상 기부금에 대해 경영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 기준을 10억 원 이상으로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사외이사를 기부금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다른 그룹 계열사들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기부금 결정 기준을 바꾼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같은 논란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적은 기부금에 대해서도 목적과 사용처를 꼼꼼하게 따져 문제의 소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강화된 기준은 무리한 금전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각 재단이나 시민단체 등 기부를 청탁하는 쪽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금 500억 원을 포함해 그룹 전체적으로 매년 수천억 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각 계열사들이 보다 깐깐하게 자금을 지출할 경우 전체적인 사회공헌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은 이와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전실을 다음 주 해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실은 주요 계열사의 인수합병(M&A) 등 사업전략과 인사, 감사, 대관 업무를 총괄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혹과 부정적 시각이 많은 만큼 없애겠다”며 미전실 해체를 약속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17일 전격 구속되면서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삼성의 그룹 쇄신안이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조직 쇄신을 더 늦추다가는 그룹 전체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삼성이 미전실 해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28일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미전실 해체를 추진하는 것이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후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수사와 재판 일정을 챙길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실 임직원들은 모두 삼성전자 등 원래 소속사로 복귀시키고 TF에 소수 인력만 남긴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가까이 미뤄져 온 사장단 인사 폭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미전실에는 최지성 실장(부회장) 등 사장급 이상만 5명이 있다. 이들의 거취에 따라 계열사 사장들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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