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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최순실이 변호사 200명 먹여 살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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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법조타운 때 아닌 ‘특수’

동아일보

“서초동이 확실히 특수(特需)는 특수죠.”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만난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요즘 변호사 업계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변호사 일자리는 많이 만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A 변호사도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을 수임했다. 그는 “법원을 떠나 개인 법률사무소를 연 지 몇 년 됐지만, 서초동 법조타운이 요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대개 매년 2월을 ‘보릿고개’로 생각한다. 법원과 검찰의 정기 인사로 재판과 수사 일정이 중단되는 까닭에 사건 수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한 검찰과 특검 수사, 형사재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이어지면서 변호사 수요가 오히려 늘어났다.

동아일보가 법원과 검찰, 특검의 공식 기록을 분석한 결과 국정 농단 관련 형사 사건에 선임계를 낸 변호사는 23일 현재 144명이다. 검찰과 특검이 기소하거나, 기소를 앞두고 있는 피의자는 모두 34명. 피의자 또는 피고인 한 명당 평균 4.2명의 변호사가 선임된 셈이다. 또 검찰 또는 특검 수사 단계에서 변호를 맡았다가 사임한 변호사도 25명이 있다.

최 씨 사건이 발단이 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열린 헌재와 특검에도 변호사들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국회 소추위원단(16명)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17명)의 변호사를 합하면 모두 33명이다. 또 박영수 특검과 4명의 특검보를 비롯해 특검팀에서 수사 중인 변호사는 32명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23일 현재 변호사 209명(사임 변호사 제외)이 국정 농단 사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개업 변호사가 2만 명을 약간 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변호사 100명 중 1명꼴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구치소 접견만 담당하는 이른바 ‘집사 변호사’와 선임계를 내지 않고 ‘그림자 변호’를 하는 거물급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전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농단 사건 참여 변호사 중에는 중소 로펌 소속이나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가 많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주로 특검 수사 대상인 대기업을 대리하거나 자문에 응하고 있기 때문에 담당 변호사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법정이나 검찰청에서 모습을 보기 힘든 원로 법조인들이 직접 사건을 맡은 것도 특징이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 대리인단에 최근 합류한 정기승 전 대법관(89)은 그중에서도 최고령이다. 정 전 대법관은 사법시험 시행 이전인 고등고시 사법과(8회) 출신이다. 이번 사건에서 최고령 구속자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은 사시 2회 출신인 김기수 전 검찰총장(77)을 23일 추가 선임하면서 변호인을 11명으로 늘렸다.

본보 분석 결과 국정 농단 사건 전체 피고인(기소 예정 피의자 포함) 34명 가운데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8)와 이화여대 김경숙(62) 남궁곤 교수(56)를 제외한 31명이 73명의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 농단 사건 피의자와 참고인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정·관·재계 고위직 출신인 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은 남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박성엽 변호사가 직접 변론을 맡았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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