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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北 ‘남한 기획설’ 내세우려 흐엉 끌어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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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페북 계정에 한국 친구 많아… ‘ㅋㅋㅋ’ 표현-비빔밥 사진도

“北,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위해 한국과 관계 있는 외국인 포섭”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도안티흐엉(29)이 알려진 것보다 더 자주 한국을 찾았고 더 많은 한국인과 알고 지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암살 사건의 ‘남한 기획설’을 주장하기 위해 한국과 인연이 깊은 흐엉을 범행 실행자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22일 흐엉의 페이스북 계정 속 60여 명의 친구 중 3분의 1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들 중 일부는 “흐엉을 알고 있고 베트남에서 실제 만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흐엉은 ‘오빠 난 행복해…’라는 글을 썼는데 ‘오빠’를 한국식 발음대로 ‘oppa’로 표기했다. 한국인들이 웃을 때 쓰는 ‘ㅋㅋㅋ’ 표현을 구사하고 한국 음식인 비빔밥 사진을 올리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흐엉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페이스북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흐엉이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해 한 남성과 만난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와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흐엉이 제주도에 3박 4일 동안 머문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한국인 S 씨(25)가 흐엉의 신원보증을 해주고 그가 제주도에서 머물 숙소를 제공했다. 두 사람은 2015년 겨울 베트남 현지에서 가이드 일을 할 때 알게 된 사이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암살 기획 단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이용해 보려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군 출신인 통일맘 김정아 대표는 “북한의 이번 암살 목표는 다른 사람도 아닌 김정은의 형 김정남”이라며 “사건이 터진 뒤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한국과 관계가 있는 외국인으로 선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미래연대 최현준 대표도 “기획 단계부터 실행자(흐엉) 체포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한 것”이라며 “흐엉을 이용해 김정남 암살 후 자신들에게 불리해질 상황을 뒤집으려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조윤경 기자·김남준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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