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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문화-창조-융합 이름만 삭제 체질개선 등 근본변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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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조융합사업 개편 석달째… 조기대선 가능성에 관망 분위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21일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전면 개편안’을 내놓은 지 2개월이 지났다.

23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 청계천로 CEL 벤처단지에는 문화창조융합본부(17층)와 42개 융복합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최순실 차은택 씨 등 비선 실세 국정 농단의 현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개편안이 나왔지만 큰 변화는 없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주요 프로젝트에서 융복합 등의 ‘금기어’가 빠졌지만 내용의 변화가 따르지 않아 ‘개명(改名)’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문체부가 지난해 말 국회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급하게 선언적인 차원의 개편안을 내놓았다”며 “당연히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는 1월 1일부터 ‘CKL 기업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꾼 기존의 문화창조벤처단지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42개 입주 기업은 올해 말까지 CEL 벤처단지 11∼15층에 상주하며 지원을 받는다. 입주 기업들의 지원 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 이후 2018년부터의 운영 방침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인재 육성 거점 사업이었던 문화창조아카데미 사업 역시 콘텐츠인재캠퍼스로 개편해 다음 달 홍릉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하드웨어의 변화만 예고됐을 뿐 소프트웨어의 체질 개선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 지원 개편안이 오리무중에 빠진 배경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꼽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산업 개편안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CKL 기업지원센터 등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인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도 “콘텐츠 사업 대부분이 정책 사업이기 때문에 차기 정권에서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 존폐가 정해질 수 있어 상황을 보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문체부는 개편안을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난 다음 달 콘텐츠 산업 개편과 관련한 전문가 컨설팅을 의뢰할 방침이다.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를 참고해 4월 말∼5월 초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사업의 비선 실세 개입이라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어떤 정권에도 휘둘리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집단이나 이익집단이 아닌 공익 추구에 우선적 가치를 두는 민간 전문가, 4차 산업혁명 유관기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래 먹거리 산업인 콘텐츠 산업 개편 방안의 총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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