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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반문재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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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귀국 후 처음으로 반 전 총장의 정치 비전과 그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라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반 전 총장에 대한 정책과 도덕성 검증은 그의 모호한 화법에 막혔다. 막연한 원칙 제시로 일관한 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만 분명했을 뿐이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의 대북관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말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해 오락가락했으며,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시 북한에 문의한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패권에서 문재인 패권으로 가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끝이었다. 분권형 정치라는 제목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대안은 없었다. 심지어는 “대선 전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열흘 전 발언을 뒤집어 대선 전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패권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개헌에 소극적인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공세였다. 개헌을 핵심 주장으로 내세우면서 명확한 개헌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개헌을 오로지 반문재인 연대를 위한 수단으로 동원하는 정치공학으로 비쳤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반 전 총장의 답변도 실망스러웠다. 북핵과 한·중 간 사드 갈등 등 외교적 난제를 자신이 풀 수 있다고 했지만 전문가다운 대안은 역시 없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 동안 재직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지 못한 것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만 원인을 돌렸다. 사회와 경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이 복잡한 사안에 대한 그의 이해를 판단하기조차 어렵게 했다. 취임 후 100일 이내 집행하고 싶은 3가지 우선 과제를 묻자 “일자리 문제 해결과 4차 산업혁명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대답한 게 전부였다. 형인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을 팔아 사업했다고 의심받는 두 동생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 전 총장은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정치인을 자임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역량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표를 많이 얻겠다는 심산으로 골치 아픈 현안에는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다 경쟁자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것을 새 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 반 전 총장은 남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신의 정책과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럴 준비와 자신이 없으면 유권자의 선택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결정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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