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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문재인부터 남경필까지…한 눈에 쏙 들어오는 ‘군·병역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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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2017 정책 톺아보기_① 군·병역 공약

문재인은 군복무 단축, 남경필·이재명은 모병제 ‘대선 의제’로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은 병역 관련 공약은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하는 ‘18개월 복무’는 멀리 2002년 대선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무현 후보가 ‘18개월 복무’를 주장했고,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가 이를 물려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거부하다 대선을 며칠 앞두고 ‘18개월 복무’ 추진을 깜짝 발표했지요. 선거에서 군 복무 문제가 ‘뜨거운 감자’라는 방증입니다.

이번 대선 길목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단순한 ‘복무 단축론’에 그치지 않고 군대 충원 방식을 아예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으니까요. 물론 ‘전면적인 모병제’(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냐, ‘일부 모병제’(민주당의 이재명 성남시장)냐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모병제는 60년 넘게 징병제를 유지해온 우리 사회에선 낯선 제도입니다. 과연 남북 대치 상황에서 징병제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사회의 통념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대선주자들의 군 복무 단축이나 모병제 도입 주장은 아직 그다지 체계적이진 않습니다. 세부 내용이 미완성이어서, 다듬어 가는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일부 주자들은 구체적인 수치나 내용을 근거로 제시되는 반론에 치밀한 해답을 내놓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제기는 앞으로 군의 병력 충원 구조나 병력 규모의 변화 등 포괄적인 군 개혁 논의로 발전하면서 더 현실적인 정책 대안들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와 관련된 쟁점들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봅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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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누가 어떤 주장을 하나

A.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 복무기간 단축을 주장한다. 그는 지난 17일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현행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8개월까지는 물론이고 더 단축해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쪽은 1년 복무론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원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라면서도 18개월 복무 추진에 대해선 공약임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병제를 주장한다. 인구절벽 시대에 지금의 병력 수를 유지하려면 복무기간을 40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2022년까지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한 뒤 2023년부터 ‘연봉 2400만원, 복무기간 3년’의 모병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의 복무기간 단축과 남 지사의 모병제를 절충한 대안을 제시했다. 전문병사 10만명을 모병해 첨단무기 전문요원 등으로 키우면 의무병은 10개월~1년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Q. 군 복무기간 단축하면 병력 부족해지나

A.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국가통계인구포털 추계인구 자료를 보면, 20살 남자 인구는 현재 35만~38만명에서 2020년대가 되면 22만~25만명으로 급감한다. 군 당국도 이런 인구절벽 현상에 맞춰 현재 63만3000명(병사 44만6000명)의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2000명(병사 30만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그럼에도 병역자원 부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을 현행대로 21개월로 유지해도 2023년 이후 현역 입영 자원(입영률 평균 87% 기준)은 연평균 2만3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면 5만5000명, 12개월로 단축하면 14만여명이 모자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 당국의 병역자원 부족 규모 추계는 일부 과장됐다. 지난해 현역 판정을 받고도 의무경찰과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전환·대체복무’ 요원으로 빠져나간 병역자원은 2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런 병역 특례를 폐지 또는 조정하면 이들을 현역병으로 돌릴 수 있다. 국방부도 지난해 5월 병역자원 부족을 이유로 “2023년부터 대체·전환복무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수혜자인 산업계 등이 반발하자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다.

Q. 군 당국의 병력감축 목표 52만2000명은 적정한가

A. 애초 노무현 정부에서 마련한 국방개혁안은 첨단 정예군 육성을 명분으로 병력을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감축 목표연도를 2년 늦추고 병력 수도 52만2000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군 당국이 왜 52만2000명을 적정 병력 규모로 산정했는지 구체적 산출 근거를 공개한 적은 없다. 국방부 당국자는 “전시와 평시의 작전 요인 등으로 시뮬레이션해 나온 병력 규모다. 52만2천명 수준도 전방 철책사단을 현재보다 2개 사단 줄여야 가능하며, 이는 북한군 128만명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최소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이후 전쟁의 양상이 원거리 정밀타격, 네트워크 중심전 등 첨단화·과학화로 진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병력의 양적 규모에 매달리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육군 장성은 사견임을 전제로 “남북간 재래식 무기 경쟁은 이미 북한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앞서가고 있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인데, 이는 병력이 많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탐지·추적 능력,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 등이 보강돼야 할 문제이지,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사 안보가 병력 규모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다. 병력 규모는 전반적인 군 건설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병력을 감축한다면 이에 따른 안보 불안요인을 보완할 군의 현대화·과학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등과 맞물려 있는 문제이다. 또 남북간 군사적 긴장 수준에 따라 필요한 군사력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현실성이 있는지는 대선주자들의 전반적인 군 개혁방안, 남북관계 전망 등이 함께 논의돼야 실효성 있는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Q. 복무기간 단축해도 임무 숙달 등엔 문제없나

A. 국방과학연구원은 2003년 한 연구 보고서에서 개인 숙련도(상급)를 기준으로 육군 병과별 최소 필요 복무기간이 보병 16개월, 포병 17개월, 기갑 21개월, 통신 18개월, 정비 21개월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현행 21개월 복무기간도 병사들이 맡은 임무나 전투장비에 익숙해져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기엔 빠듯하다. 하물며 복무기간을 더 단축할 경우엔 병사들 대부분이 제 역할도 못하거나 겨우 제 역할을 할 만하면 제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연구 보고서에 대해선 군 내부에서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군 당국자는 “상식적으로 병사들이 임무나 장비 사용에 숙달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병사들간 개인 편차가 커서 그렇게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딱히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규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북한군이 평균 10년간 복무하는 것과 견줘 지나치게 짧은 복무기간에 대한 우려가 군내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군 관계자는 “야전 경험으로 보면 통상 병사들이 상병 중고참은 돼야 제 몫을 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병사 진급체계는 이병 3개월, 일병 7개월, 상병 7개월, 병장 4개월이다. 이 관계자는 “대략 군 생활 1년 정도를 해야 임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Q. 모병제 도입하면 예산은 얼마나 드나

A. 모병제는 보수를 받고 군 복무를 하는 제도여서 현행 징병제와 달리 인건비 등 재원이 많이 필요하다. 통상 직업군인의 경우 정기적인 월 급여 말고도 관사나 자녀 교육, 연금 등 복지 혜택이 따른다. 따라서 꽤 많은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모병제는 기간제(계약제) 모병제여서 전문 직업군인들과 달리 복지 혜택 등 일부 비용은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지사는 모병된 병사들에 3년 복무기간 동안 9급 공무원 수준의 월 200만원 대우를 하면 매년 4조원의 예산이 든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은 모병된 전문병사 10만명의 군 복무기간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남 지사와 마찬가지로 3년 정도의 복무기간을 상정하는 기간제 모병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연봉 3천만원으로 계산해 연평균 3조원이 들 것으로 계산했다.

좀 더 구체적인 모병제 비용 추계는 2015년 9월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부 장관)가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이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기간제 전문병사 15만명과 의무복무병사 15만명 체제를 제시한 뒤 전문병사에 하사 급여 수준인 월 178만원을 지급하면 총 급여가 3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계산했다. 이 교수는 “전문병사제 도입으로 일반병사 복무가 12개월로 단축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경제효과가 4조6400억원~9조3300억원이다. 이는 전문병사 총급여 3조2000억원보다 많은 것”이라며 오히려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Q. 모병제 실시하면 모병에 문제 없을까

A. 전세계적으로 모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03개국으로 유엔 회원국(192개국)의 57%에 이른다. 중국, 이스라엘, 스위스 등 징병제 실시국(76개국)보다 많다.

그러나 모병제 국가들이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종종 언론에도 보도된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기 병력이 부족해져 사면을 대가로 재소자를 입대시키고 시민권 부여를 미끼로 불법 체류자들을 모병했다. 대만은 애초 2015년부터 모병제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모병이 부진해 시행을 2017년으로 늦췄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다시 연기한 상태다.

한국군은 2007년부터 유급지원병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뒤 6~18개월간 하사로 복무를 연장하는 ‘유형-1’과 입대할 때 3년간 복무하기로 하는 ‘유형-2’가 있다. 이들은 의무복무기간인 21개월을 채운 뒤부턴 월 150만~2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고 복무하게 된다. 변형된 기간제 모병이다. 그러나 국방부 자료를 보면, 2015년 정원 대비 충원율은 유형-1은 57%, 유형-2는 37%에 그쳤다. 유급지원병제를 모병제와 직접 견줄 수는 없지만, 지원병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것 정도는 보여준다.

이런 지적에 대해 남경필 지사는 “모병에 월급 200만원이 적다면, 그 이상으로 인상할 수도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청년들을 위해 국가가 그 정도도 감당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시장 쪽도 “전문병사로 3년 근무하면 1억원을 저축할 수 있는 일자리이므로 청년층의 관심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Q. 모병제 도입하면 ‘흙수저’들만 군대 가는 것 아닌가

A. 하위 계층의 자녀들만 군에 갈 것이라는 우려는 앞서 모병제를 시행한 나라들의 연구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INF)의 안드레아 아소니 등은 1997년 미국 노동통계국의 데이터 등을 분석해 상층이나 하층보다 중층 또는 중상층 집단에서 군 지원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모병제의 입대자가 하층 계급에만 몰릴 것이라는 시각이 편견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남 지사는 “지금도 힘 있는 집 자식은 군대를 많이 빠지고 가더라도 꽃보직에서 편하게 지내지만 없는 집 자식들은 힘든 곳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이게 과연 정의냐”며 “모병제가 되면 돈 많은 집 자식들은 안 가겠지만 하층뿐 아니라 중산층들도 갈 수 있고 또 가고 싶은 군대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이세영 엄지원 이경미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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