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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삼성전자 '포트폴리오의 힘'…갤노트7 악재에도 호실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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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삼성전자, 지난해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지난해 영업이익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4일 오전 시민들이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을 지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9조2천2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7% 늘어난 29조2천400억원으로 집계됐다.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대형 악재 속에서도 작년 4분기 사상 세 번째 규모(분기 기준)인 9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호실적의 가장 큰 동력은 반도체다. 스마트폰과 소비작전이 부진한 틈을 반도체가 메운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소비자가전'으로 골고루 분배돼 있는 삼성전자 포트폴리오의 위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로는 영업이익이 29조2천400억원에 달하면서 2013년의 36조7천90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4분기 영업이익률도 17.3%에 달하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 이번엔 반도체가 주역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의 주역은 반도체다. 반도체 사업은 4분기 매출 14조8천600억원과 영업이익 4조9천500억원을 달성했다.

분기 기준으로 반도체가 낸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특히 주력인 메모리 사업의 실적이 크게 기여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고용량 48단 V-낸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D램은 고용량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제품 공급을 늘려 전 분기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64단 V-낸드 공급을 시작하고 10나노급 D램 공급을 본격 확대하면서 수익성 중심의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 지배력을 더 다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스템LSI 사업의 경우 4분기에 중저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수요 견조세와 업계 최초의 10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시 등을 통해 전 분기 수준의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와 함께 DS(부품) 부분을 이루는 디스플레이(DP)에서도 매출 7조4천200억원, 영업이익 1조3천400억원을 달성했다.

고객 다변화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판매가 늘었고, UHD(초고화질) 중심의 고부가 TV 패널 판매가 증가하면서 LCD 분야도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버용 SSD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호조, 반도체 첨단공정 비중 확대, OLED 패널 생산성 향상 등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분기의 호실적을 갤럭시S7 시리즈가 이끌었던 것에 비춰보면 상반기에는 IM 부문이, 하반기에는 DS 부문이 번갈아가며 '구원투수' 노릇을 한 셈이다.

◇ 스마트폰도 예상외 선방

스마트폰이 포함된 IM(IT·모바일) 부문도 선방했다. 하반기 간판 선수인 갤럭시노트7의 부재 상황에서도 '핀치히터'로 투입된 갤럭시S7·S7 엣지와 라인업을 효율화해 수익성이 개선된 중저가 모델이 선전하면서 전년 4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은 23조6천100억원, 영업이익은 2조5천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4분기의 영업이익 2조2천300억원을 앞지른 것이다.

TV와 생활가전 제품이 속한 CE(소비자가전)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매출 13조6천400억원, 영업이익 3천200억원에 그치며 전년 4분기(8천200억원) 실적에 못 미쳤다.

TV의 경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 강화 속에 SUHD·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를 늘렸지만 패널 가격 상승, 환율 영향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생활가전도 '애드워시' 세탁기, '셰프컬렉션'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은 확대됐지만 B2B(기업 간 거리) 부문 신규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의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고부가 제품에 주력하고 전략적 투자를 통한 부품사업 경쟁력 강화 노력이 결실을 거둬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 1분기 10조 영업이익?

시장의 관심사는 이제 올해 1분기 성적이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2013년 3분기 10조1천600억원)를 기록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회 손실(약 2조원)이 없었다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양호한 업황, 반도체 부문의 삼성전자의 제품 경쟁력이 여전한 상황이다.

1분기 10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하다는 관측의 근거다.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전체로는 연간 40조원까지 영업이익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있다.

하지만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삼성전자 1분기 평균 실적 전망치(23일 기준)는 8조5천164억원에 그친다.

삼성전자 역시 1분기에는 작년 4분기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호조가 이어진다 해도 실적 개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활약이 필요한데 갤럭시S8의 1분기 중 출시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3일 "(갤럭시S8이) 예년처럼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 때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 시리즈를 공개해 왔지만, 올해는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교훈 삼아 안전성 검증에 좀 더 시간을 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태 TV나 생활가전 제품들 역시 1분기는 쇼핑 시즌이 몰린 4분기와 견줘 비수기로 여겨지는 만큼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에 부품 사업의 실적 호조가 이어진다 해도 가전제품은 계절적 요인으로 판매가 줄고, 여기에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1분기 실적은 작년 4분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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