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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민주주의는 목소리다]1부 ④“우리를 ‘세월호 세대’라고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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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만 생각하면 우울·부채감·무력감…나도 희생자였을 수 있다는 분노감

내 의무와 국가란 무엇인지 고민 “우리만의 언어·감정 잊지 않고 행동해야죠”

“X세대, 88세대 이런 게 있다면 저는 ‘세월호 세대’로 적히기를 바라요. 이 시대 청년들은 세월호 세대로 남지 않을까요.”(대학생 김모씨·21세)

지난달 심층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10대 청소년들과 20대 초반 청년 중 상당수는 스스로를 “세월호 세대”라고 소개했다. ‘4·16 세대’라고도 했다. 고3 시절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김씨는 한 살 어린 동생들의 죽음을 외면해야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들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노란 리본이었는데 ‘나는 이걸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에 외면을 했었어요.”

그는 수능이 끝나고 팽목항에서 유가족 간담회에 참석한 뒤 ‘대한민국 안전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광장에서, 고3 때 자신처럼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같이 분노해달라’고 구걸하다시피” 했다.

그가 세월호를 얘기할 때 사용한 “분노, 부채감, 우울함, 무력감”과 같은 단어들은 86세대가 5·18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할 때와 비슷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3)는 “대학에 입학해 뒤늦게 5·18을 알게 된 뒤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는 너무 큰 충격에 광주를 원죄처럼 가지고 살아왔다”며 “지금 학생들한테는 자기가 희생자였을 수도 있는 세월호가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들 4·16 세대는 세월호 참사가 삶에서 가장 큰 슬픔을 안겨준 사건이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며 ‘공감능력’을 강조했다. 세월호 희생학생들과 같은 나이인 재수생 김재민씨(20)는 “자주 들어가는 입시 사이트에 ‘그냥 교통사고인데 특혜를 주느냐’는 글들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사람들이 너무 빨리 잊는다”고 말했다. 부곡중앙고 2학년 문규진군은 “한국 사회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학생은 입시로 인해 다른 데 신경 쓰지 못하고, 직장인은 야근하느라 저녁시간이 없기 때문에 남을 생각하기보다 내 것만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참사를 계기로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자신의 의무를 고민하게 됐다. 부곡중앙고 2학년 김민석군은 “‘왜 이 나라는 국민들에게 슬픔과 절망밖에 주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진로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정인영양은 “국민으로서 책임과 권리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국민들이 (안전문제 등에) 무관심하지 않았다면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세대는 지금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미래는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생 황모씨(22)는 “(국회 탄핵안 통과는) 결국 국민의 엄청난 분노를 국회가 따른 것”이라며 “우리(세월호 세대)는 우리만의 언어와 감정으로 잊지 않고 행동하는 것 같다. 우리가 훨씬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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