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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SK, LG실트론 6200억에 인수 ‘반도체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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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일본·독일 등 보유 독점 기술 확보…반도체 소재사업 확장”

LG, 자금 확보…신사업 인수합병·자동차 전장사업에 집중할 듯

경향신문

SK그룹이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기판) 제조사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SK그룹과 LG그룹 사이에 이뤄진 ‘빅딜’로 평가된다. SK는 LG실트론 인수로 수직계열화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서의 시너지를 높이고, LG는 여타 계열사와 연관이 없는 반도체 사업에서 28년 만에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SK와 LG 양사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SK에 매각하기로 하고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른 시일 내에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LG실트론 직원에 대한 고용 보장에 합의하고, 근로조건도 유지한다.

LG실트론은 반도체 기초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웨이퍼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300㎜ 웨이퍼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일본과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의 소수 기업만이 제조기술을 보유하는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소재 분야로 꼽힌다. 국내 기업으로는 LG실트론이 유일하게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빅딜은 반도체 분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SK그룹의 전략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K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장동현 사장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SK는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꾸준히 반도체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2024년까지 46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SK는 이번에 LG실트론까지 인수함으로써 반도체 핵심소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재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비주력 사업인 반도체 제작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동차 전장사업, 화학·바이오, 가전 등 주력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관계자는 “신성장사업으로 삼는 에너지, 자동차 전장사업 등에 집중하고 연관성이 낮은 실리콘 웨이퍼 사업은 떨치고 가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며 “매각 대금의 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LG그룹 역시 지난해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합병하는 등 사업재편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던 LG그룹은 199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전자산업에 넘겼다. 이 회사는 현재 SK하이닉스가 됐다. LG실트론은 1990년 동부그룹에서 넘겨받아 경영권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이번 빅딜로 이 역시 SK그룹의 품에 들어가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으로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윤주·고영득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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