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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트렌드/전승민]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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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AI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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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2017년 한 해 과학·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4차 산업혁명’이란 한 단어로 모아진다. 정부 각 부처도 올해 정책기조를 세우며 4차 산업혁명에 방점을 찍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 4대 추진 전략 중 하나를 ‘지능정보기술로 제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 대응’으로 정할 만큼 직접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챙기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1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회의실에서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 참석했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기업의 연구부서 임원들을 초청해 직접 간담회를 주재하며 의견을 챙겨 들을 만큼 신경을 썼다.

이런 흐름은 미래부뿐만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콘텐츠산업 재도약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 확보’를 올해 3대 전략 중 첫 번째로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마찬가지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17∼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을 전 산업, 특히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해 생산성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2010년 발표된 독일의 ‘신기술 전략(High-tech Strategy) 2020’의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처음 등장했다. 처음에는 제조업과 정보통신이 융합되는 단계를 의미했지만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다시 언급되며 1년 사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기계혁명(1차 산업혁명)과 1870년 전기혁명(2차), 1969년 정보혁명(3차)에 이어 이제 다시금 세상을 바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이런 변화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좋든 싫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세상의 변화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시대가 바뀌며 필요한 인재상도 달라지고 있다. 자잘한 일을 기계가 알아서 처리하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은 이를 최상위에서 통제할 사고력과 종합적인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 많은 지식량과 빠른 업무처리 능력을 중시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인재상이 주목받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쩍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적응하기 두렵다는 대중의 우려를 반영한다.

아쉽게도 국내 과학·산업분야 정부 부처가 앞다퉈 내놓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대응책’엔 여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해야 할 미래부의 새해 계획엔 인재 육성 계획이 사실상 빠져 있다. 그나마 산업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겠다며 18일 ‘2017년도 산업인력양성 계획’을 발표했으나 총 895억 원을 지원해 석·박사급 1700명 및 학부급 4800명 등 총 6500명의 산업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진정한 미래형 인재 육성 시스템을 고민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우리와 달리 이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다가올 새 시대에 적합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토론과 세미나 형태의 수업을 주로 운영하는 ‘미네르바 스쿨’ 같은 대학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도 무크(MOOC·온라인 교육)를 중심으로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등에 초점을 맞춘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과학기술 분야 지식에 디자인 사고를 융합한 디스쿨(D-School)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기에 현재 우리 과학계 및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책과 신기술 개발에 앞서 우선 집중해야 할 분야는 어떤 것일까. 변혁의 시기에 국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그 시대에 적합한 인재의 육성’이 아닐까.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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