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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단독] 경기부양 총력, 산은 62.5조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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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자금공급 1.5조↑… 축소 기조 1년 만에 전환

기업 융자ㆍ간접대출 크게 늘어

정부, 경기 침체 타개 위해

재정 지출 이어 정책금융 확장

“부실ㆍ한계기업에 사용” 우려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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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올해 총 62조5,000억원의 자금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자금공급 축소 기조를 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늘어난 자금 공급이 자칫 대우조선해양 사태 같은 부실ㆍ한계기업 연명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산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7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산은은 올해 총 62조5,000억원의 자금을 대출이나 투자에 쓰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자금 공급 계획(61조원)보다 2.5% 늘어난 액수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 운영자금과 중소ㆍ중견기업 간접대출(온렌딩)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일반적인 기업융자를 의미하는 운영자금 대출은 지난해(26조원)보다 20.8% 증가한 31조4,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온렌딩 규모(6조3,000억원)도 지난해 계획(5조6,000억원)보다 12.5% 증가한다.

반면 시설자금 대출 규모(16조4,000억원)는 지난해 계획(18조9,000억원)보다 13.2% 줄어든다. 불황으로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ㆍ소상공인 대출 규모(7,000억원)도 지난해보다 58.8%(1조원) 감축됐다.

전체적인 자금 공급 규모가 불어난 것은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 때문이다. 사실 산은은 올해 자금 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4조원 줄어든 57조원으로 책정,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5조5,000억원을 얹어 62조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수출 부진 등이 겹치며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2.6%)로 낮춰 잡고 이마저도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이어지자 재정 지출에 이어 정책금융도 확장하기로 한 셈이다. 산은 관계자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할 신성장 동력 발굴과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자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정부가 정책금융 자금공급 축소 기조를 사실상 1년 만에 폐기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우리 경제가 성숙 단계로 들어섬에 따라 그 동안 국가 주도형 성장에 애용됐던 정책금융 규모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도 ‘정책금융이 기업 생멸의 순환을 방해해 한계기업을 연명시킨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매년 증가세였던 산은의 자금 공급 규모가 2016년 61조원으로 2015년(63조원)보다 줄어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산은의 자금 공급 규모가 다시 확장세로 바뀌면서 늘어난 운영자금 대출이 결국 산은이 대주주나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부실ㆍ한계기업의 연명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책자금 집행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일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지난해와 같이 국책은행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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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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