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4일 2017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힐 경우 최대 3배의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징벌적 배상제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소비자에 발생한 피해 정도를 갚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큰 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악의적인 불법 행위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징벌적인 목적으로 부과되는 손해배상이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이 법에 규정된 것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하도급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두 개뿐이다. 현행법은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 반품 등에 실손해 3배 범위, 또 개인정보 분실·도난·유출 등으로 손해가 생긴 경우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 소비자가 제품결함, 결함과 손해 간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했던 기존 방침도 바뀐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덜어 제품 결함을 좀 더 쉽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는 제품의 정상적 사용 중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제품 결함 존재와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는 자체로도 상당한 경고 효과가 있어 기업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낼 것”이라며 “정부 부처간 합의는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운동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 피해자 사망자 수가 적힌 대형 팻말을 들고, 정부의 책임 수사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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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소유구조·내부거래 등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이 지정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경우 그간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데 그쳤으나 제재수준을 끌어올려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공정위는 재벌 총수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일감 몰아주기는 2차 실태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내부거래가 많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이 이번 실태점검의 대상이다. 공정위는 1차 실태점검을 마친 뒤 현대·한진·CJ 등 대기업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지난해 제재했고 남은 한화·하이트진로 등의 법 위반행위 조사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정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 한 건 이상을 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제약·의료기기 분야의 담합 행위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히 공정위는 특허약 제조사가 특허 만료 후 복제약 제조사에 대가를 지불하고 복제약 출시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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