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2017 업무보고]"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막자" 제품 결함 손해에 최대 3배 배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정위 2017년 업무계획 발표
반도체 등 독점력 남용 집중 감시·제재
총수일가 사익편취 2차 실태점검


아시아경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공정위 업무계획' 사전브리핑을 열어 올해 공정위 핵심 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 : 공정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징벌배상제가 연내 도입된다. 이에 따라 기업이 고의로 소비자 생명·신체에 피해를 주면 손해의 최대 3배에 해당하는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제품 결함에 대한 피해자의 입증 책임은 경감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제약 등 지식산업 분야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강력한 정부 감시·제재망 안에 들어간다. 대기업 총수 일가 사익 편취를 적발하기 위한 2차 실태 점검이 조만간 실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우선 제조물 결함에 따른 피해를 좀더 제대로 구제하기 위해 연내 징벌배상제를 제조물책임법에 도입키로 했다. 징벌배상제 도입은 10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기업이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해당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손해의 3배에 해당하는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제품 결함 등에 대한 피해자의 입증 책임은 경감시킨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제품 결함 및 결함과 손해 간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했다. 공정위는 이를 개선해 피해자가 정상적 사용 중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할 시 결함 존재와 인과관계를 추정할 계획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때처럼 복잡한 화학 관련 내용은 피해자가 일일이 알고 대응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해당 제품을 만들어 어떤 경고도 없이 소비자들이 사용토록 만들었다는 정도만 파악하면 고의가 입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식산업분야의 혁신 경쟁을 촉진하는 데도 박차를 가한다. 이미 지난해 12월 시장감시국 내에 지식산업감시과를 만들며 전열을 정비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28일 미국의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의 특허권 남용에 대해 사상 최대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올해도 반도체, 방송통신 등 분야 독점력 남용 행위를 집중 감시·제재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표준기술이 확산된 시장에서의 경쟁 사업자 배제, 연구개발(R&D) 혁신 경쟁 저해 행위 등을 중점 점검한다.

지식산업 분야 사건은 법리가 복잡한데다 글로벌 기업과 연계된 사안이 많아 소송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벌써 퀄컴도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기도 전에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퀄컴 건에 대해 정 위원장은 "퀄컴의 시장 지배력 남용은 프랜드(FRAND) 확약을 지키지 않은 대표 사례며, 공정위는 세계 최초로 이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며 "퀄컴 측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우리도 탄탄한 인력을 모아 소송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는 기존 ICT전담팀 업무에 더해 제약·바이오 사건을 다룬다. 해당 분야의 독과점 남용 및 불공정 거래를 감시·조사하는 한편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의약품 원천 특허를 보유한 제약사가 복제약 제약사에 금전 대가 등을 지급해 복제약품의 시장 출시를 지연시키는 역지 불합의(pay for delay)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유 구조 개선 유도와 부당 지원 행위 근절도 차질 없이 추진키로 했다. 공정위는 우선 금산 분리(금융자본-산업자본 결합 제한) 원칙 하에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한편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소유 구조에 대한 효율적인 시장 감시를 위해 해외 계열사의 주식 소유 현황 등 공시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내부 거래가 많은 사익 편취 규율 대상 기업에 대한 2차 실태 점검을 예고했다. 1차 점검은 지난 2015년 있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규율 대상 기업은 23개 기업집단 소속 101개 계열사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개별 거래 내용, 거래 방식 등 세부 내역을 분석해 혐의 기업은 직권조사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키로 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