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를 이렇게 요약했다. 경제의 양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내년에도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자연히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나아질 수 없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올해(2.6% 전망)보다 낮은 2.4%로 예상했다. 5월에 내놓았던 기존 전망치(2.7%)보다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주요 경제 기관은 이미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을 2% 중반으로 잡았다. 정부도 이달 말 내놓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현재 3%인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이런 전망은 ‘최순실 사태’의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에 본격적으로 전이되면 자칫 2% 성장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KDI가 이날 내놓은 내년도 경제 전망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찾기 어렵다. 수출액은 올해보다 2.7% 늘어나 지난해와 올해의 ‘마이너스(-)’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수치상 나아지지만 올해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실적이 크게 나빠 현 수치가 좋아보이는 착시)를 감안하면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수출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다. 세계 경제가 부진을 이어가면서 교역량은 정체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세계성장률을 3.4%로 전망했다. 하지만 KDI는 “2017년에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제성장률이 올해(IMF 3.1% 전망)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가 당선되며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진 것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특히 자국 이익을 최우선에 둔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본격화하면 한국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정부도 이를 염려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ㆍ중간 경제ㆍ통상관계 변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출 부진을 다소나마 보완했던 내수에 대한 전망도 흐릿하다. KDI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4%에서 내년 2.0%로 줄어들 걸로 전망했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다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확대 정책 효과도 종료돼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도 소비에 악재다. KDI는 내년 원유 도입단가를 올해보다 17% 오른 배럴당 48달러로 예상했다. KDI는 “국제유가 상승은 실질소득 개선 효과를 축소시켜 소비에 악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소비와 더불어 내수를 구성하는 투자도 크게 늘지 못할 전망이다. KDI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올해 10.1%에서 내년 4.4%로 급락할 걸로 봤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책이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올해 줄었던 설비투자는 ‘플러스(+)’로 돌아서지만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 가동률 위축이 이어지며 내년 증가율이 전년 대비 2.9%에 머물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향후 한국 경제를 위협할 요인으로 KDI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통상마찰 심화에 따른 신흥국 경기 급락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정책 동력이 사실상 마비되며 국내외 경제 위협 요인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KDI가 이번 성장률 전망에서 반영하지 않은 부분이다. 김성태 KDI 거시ㆍ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 내년 성장률이 2~2.3%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KDI는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적극적인 재정ㆍ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후보 당선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의 정치적 혼란마저 가중되며 급격한 경제 위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라며 “경제 컨트롤타워를 빨리 복구해 정책 동력을 살려내는 게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하남현 기자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