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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국경제 내일이 없다] 국조·특검에 재계 ‘올스톱’…내년 사업계획 내년에 짤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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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총수 청문회 출석 준비 올인

발언 생중계 대외신인도 타격 불가피

최장 120일 특검은 운신 폭 더 좁혀

인사·투자 등 모든사안 사실상 마비



#1. “올스톱입니다”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총수가 출석을 해야 하는 A그룹 관계자는 사내 분위기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사와 투자, 내년 사업계획 등 그룹 내 모든 사안이 사실상 마비라는 말도 보탰다. 그는 “협력사 대금 지불 등 필요 최소 자원만 결제되고 나머지는 모두 보류다. 내년 사업계획은 내년에나 세워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재계총수를 대상으로 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6일로 다가오면서 재계가 초긴장상태에 빠져들고 있다.사상 처음으로 대기업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이번 청문회에서 총수들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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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단 낮추시라. 두손은 배꼽부근에 모으시고 준비 답변만 하시라”

B그룹 법무팀은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출석을 이틀 앞두고 실시된 모의 연습에서 총수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이미 제시된 모범 답안이 있고, 9명의 재계그룹 총수 등 모두 19명이 증인대에 서기 때문에 실제 답변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란 충언도 덧붙여졌다. B그룹 관계자는 “여론 분위기상 기소는 기정사실로 보고있다. 향후 법정 공방에서 총수의 청문회 증언이 선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긴장중”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평상시였으면 연말인사와 내년 사업계획의 마무리국면으로 새해 준비에 분주한 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내년 사업계획은 내년에’란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대신 그시간에 총수 청문회 대비에 여념이 없다.

▶재계, 현안이 산적한 데...신인도 타격 불가피 =재계가 초긴장 상태다. 현안들이 산적해있지만 ‘초미지급(焦眉之急)’ 현안인 총수의 청문회 출석 및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까지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있기 때문이다. 각 그룹들은 이미 상당 부분 공식적인 해명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해둔 상태여서 큰 문제가 있겠느냐는 입장이지만, ‘촛불 민심’으로 바짝 날이선 국회의원들과 ‘뇌물죄’ 적용 기소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특검 검사들을 대면해야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검이 이번 사안에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할 경우 그룹 총수들은 자연스럽게 ‘뇌물공여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6일 열리는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하는 기업 총수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 등 9명이다. 청문회 사상 가장 많은 수의 기업 총수가 증인대에 서는 것이다.

청문회도 문제지만, 특검이 재계에 주는 부담은 더욱 크다. 청문회는 1회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특검은 최장 120일 동안 진행되면서 총수는 물론 기업 핵심관계자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 수사를 빼더라도 산적해있는 그룹내 현안들이 ‘최순실 사태’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9조원 규모의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했다. 국내 인수합병(M&A) 사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것인데, 합병 절차는 내년말께에나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도 삼성전자가 아직 풀지못한 현안이다. 스마트폰 80% 가량이 회수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발화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의 발언이 생중계로 중계되는 것은 물론 특검 수사에 불려 다니는 광경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 기업신인도 하락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총수나 기업 핵심관졔자들의 해외출장도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등 경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 “외압에 따른 것” =7일 청문회에서 재계총수들은 그동안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산정이 불합리하게 적용돼 국민연금이 손해를 본 것 아니냐는 쟁점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에 맞춰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산정됐고,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 보유 비중이 엇비슷해 손해가 크지 않다’는 논리를 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이 부회장의 경우 두 회사의 합병 당시 등기이사가 아니었어서 다른 그룹들과는 달리 법적 책임소재는 다소 가벼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순실씨의 지인이 소유한 회사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씨 광고회사에 13억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경위가 쟁점이다. 현대차는 “외압에 피해가 우려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이 면세점 허가 청탁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가 논쟁거리다.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이후 면세점 추가 발표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공통 해당사안인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기금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는 출석 재계 인사들 모두 ‘외압’이라는 해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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