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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스타트업 생태계, '긴 호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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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흔의 '스타트업 페이스메이킹']<10-마지막회>궁극의 경쟁력인 '지구력']

머니투데이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학창 시절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항상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지휘자의 말씀이 떠오른다. 깊은 호흡을 하는 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몸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호흡이 짧아 쉽게 가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개인 경쟁력의 원천으로 재능보다 '그릿'(GRIT)에 주목하고 있다. 그릿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끈기를 의미한다. 끈기를 가지고 한계의 순간에도 한걸음 더 내딛는 자세와 실행을 위한 건강을 갖추는 게 바로 지구력이다.

지구력을 갖추면 어떤 일이든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기업 아이디어랩 창업자 빌 그로스는 스타트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타이밍'을 꼽은 바 있다. 하지만 타이밍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구력을 갖추고 버티다가 타이밍을 맞이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타트업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육성이 이뤄지면서 시행착오 기간을 필수적으로 성공사례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그런 사례들이 축적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지켜보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된다. 결국 창업이 하나의 문화가 된다. 동시에 제도와 사회안전망 보완이 이뤄지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철학이 바뀌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확보된다. 반드시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각 주체들에게 지구력은 어떤 의미일까. 가장 중요한 주체인 스타트업에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가능하도록 하는 암묵적 전제가 바로 지구력에 있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스타트업은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노하우와 수요 폭발 타이밍을 맞이할 확률이 높아진다.

투자사들은 장기 투자의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벤처투자사의 경우 의사결정과 동기부여 체계, 주주 또는 펀드 출자자와 관계 등에 장기 투자 관점을 저해하는 요소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좋은 투자사 여부는 구성원 개인의 역량 및 성향보다 투자 관점을 공유하는 구조적 기반에 따라 좌우된다. 즉, 구조의 차이가 투자성과 차이를 가져온다.

대기업은 연속적이고 장기적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저성장 시대일수록 오픈이노베이션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사내벤처제도와 스핀오프, 외부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사와 활발한 교류 및 협력, 투자, 인수 등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혁신 DNA 문화가 조직에 내재화될 수 있다. 꾸준히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대기업은 중단과 진행을 몇 년 단위로 반복한다. 노하우 축적의 임계치까지 다다르지 못한다.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단기 실적에 집착하지 않고 뚝심 있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임계치를 넘어선 장기적 성과와 대외적 신뢰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이미 이를 실천해 좋은 선례를 남긴 대기업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민간이 주연이 돼 마음껏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조연이 돼야 한다. 긴 안목이 필요한 일이다. 정부가 민간 의견을 잘 수렴해 일관성 있는 조연 역할을 하면서 스타트업 주연들이 더 편안하게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길 기대한다.

국내외 정치 상황과 거시경제의 외부 변수 불확실성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구력을 갖춰야 외풍에 좌초되지 않는다. 호흡이 짧아지면 결국 죽는다. 건강을 갖추자. 긴 호흡을 하자.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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