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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임종룡 “한국경제 여리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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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자들 긴급 회의서 경제부총리 내정자 밝혀

미 대선 등 외부 충격 우려…원·달러 환율 ‘롤러코스터’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 전원을 불러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었다. 임 내정자는 현재 경제와 금융시장을 두고 “여리박빙(如履薄氷·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최근 대내외 여건상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작은 빈틈이라도 생기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내정자가 인용한 여리박빙은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이날 임 내정자 연설문용으로 제안한 표현이라고 한다.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기재부가 한국 경제를 ‘살얼음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국내 정치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실물 경제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시장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임 내정자의 여리박빙이란 말로 표출된 셈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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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리스크’에 시달리며 지난 2일 9.9원 상승→3일 10.2원 하락→4일 3.8원 상승→7일 0.3원 하락 등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 의사를 밝힌 후 상승세를 탔던 원·달러 환율은 7일 FBI가 이 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하면서 달러당 1140원으로 개장한 뒤 장중 1137.5원까지 하락했다. 미 대선을 목전에 두고 관망 심리가 확산되면서 하루 거래금액(53억6300만달러)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를 앞두고 있던 지난 6월2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56포인트(0.79%) 오른 1997.58로 장을 마쳤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2.8% 떨어졌다. 삼성선물은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될 경우 금융시장 반응은 브렉시트 당시와 전반적으로 유사할 것”이라며 “불확실성 증폭에 따라 주가 하락, 채권금리 하락(가격 상승), 금 가격 상승 등이 예상되며 미 달러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선 트럼프가 당선되면 향후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브렉시트 때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시장에 투영되는 실물부문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수출, 소비, 투자, 고용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없다. 세계 교역량 위축으로 수출은 지난 8월을 제외하고는 21개월째 감소했으며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가계는 1300조원에 달하는 빚에 눌려 지갑을 열 엄두를 못내고 있다. 국정 공백 사태까지 겹치면서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은 더욱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

권영선 노무라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정치적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지출을 제한할 것”이라며 “‘박근혜 스캔들’로 한국 정부의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내년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영·임지선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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