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1년 ‘피해 집중 시기’에 소아 사망률 급증
반면 OECD 주요 국가 ‘감소’…‘피해 범위’ 넓혀야
1995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폐렴 사망자 7만명 중 2만명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폐렴 환자 상당수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27일 천안 단국대에서 열린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리 국민의 20%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폐렴 사망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의 기여분율이 29%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1995~2011년 국내 폐렴 사망자 7만명 중 29%인 2만명가량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됐으며, 2011년 말 피해가 확인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임 교수는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이며, 환경부가 폐손상에 국한돼 있는 피해 인정 범위를 넓히기 위해 꾸린 ‘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렴의 연관성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다. 2000~2014년 일본·영국·아일랜드·미국·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폐렴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지만 유독 한국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15세 미만의 폐렴 사망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집중됐던 2010~2011년에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일반적 추세라면 15세 미만의 폐렴 사망자는 같은 기간 10만명당 0.2명 수준이어야 하지만 2010년, 2011년에 각각 0.3명, 0.5명으로 늘었다고 짚었다.
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렴을 유발한다는 것은 독성실험 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며 “살균제 성분이 폐로 들어오면 비강, 기관지, 폐 등의 장기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폐렴은 현재까지 신고된 5000여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난 질병이다. 그러나 천식, 비염 등과 함께 피해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임 교수는 “피해 인정 범위를 중증 폐손상으로 제한하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지만 제대로 치료·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 인정기준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향후 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에 상정해 다양한 전문가의 검토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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