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임종한 교수 "면역 T세포 손상"
1995~2011년 국내 폐렴 사망 7만명 중
29%인 2만명 살균제 탓일 가능성 제기
특히 가습기 살균제가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독성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돼 살균제로 인한 피해 인정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하대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27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환경독성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 현황 및 인정기준의 확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 국민의 20%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폐렴 사망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의 기여분율(PAF)이 29%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폐렴 사망의 29%가 가습기 살균제 탓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건강보험 통계로 확인된 95~2011년 사이 국내 폐렴 사망자 7만명 가운데 29%인 2만 명 정도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가을 국내에서 개발됐으며, 2011년 11월에 피해가 확인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임 교수는 특히 전체적으로 감소하던 소아 폐렴 사망률이 2010`~2011년에 10만 명당 0.5명으로 급증한 점,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 이후 폐렴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가습기 살균제가 폐렴 사망과 관련있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렴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독성학적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며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s)과 활성산소(ROS)가 면역세포인 T세포를 손상시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폐렴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과정에 대해서만 알려져 있었고 여기에 대해서만 피해가 인정됐다. 살균제가 폐에 들어와서 대식세포(macrophage)를 자극하면, 활성산소가 만들어지고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도 분비되며, 이것이 다시 근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콜라겐을 분비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콜라겐이 방출되면 폐섬유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렴 외에도 천식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염증 세포가 기관지에 들러붙으면 기관지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서 천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환경독성보건학회장이기도 한 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렴 사망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역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폐렴 사망이 최종 확인될 경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에 대한 기준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8월 말 현재 4486명의 피해자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정부는 조사 판정을 통해 1단계(거의 확실) 171명, 2단계(가능성 높음) 87명 등 258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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