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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두산밥캣 상장 연기..."늦어도 내년 1월까지 상장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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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하단에 기관 수요 몰려...가격 이견 극복못해

내년 재추진 돼도 규모 줄 듯...차입금 상환 계획 차질 예상

뉴스1

두산밥캣 상장 시나리오별 평가. 출처 : 한국신용평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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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두산그룹이 밥캣의 상장을 전격 연기했다. 가격에 대한 이견을 극복하지 못한 때문인데 차입금 상환계획도 덩달아 틀어졌다.

1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증권신고서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상장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모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두산그룹이 처음 계획했던 '1조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이라는 구조조정 마무리는 어려워졌다.

◇ 공모가 밴드 하단에 물량 몰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공모가 확정일에 상장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전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 밴드 하단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몇 가지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 요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조정해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의 희망공모가는 하단 4만1000원, 상단 5만원이었다. 공모 규모는 최저 2조82억원에서 역대 2위 수준인 2조449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공모가를 산정할 때 미국 캐터필러와 일본 고마츠 등 해외경쟁사의 실적과 주가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최저 25.31배로 계산해 희망 공모가 밴드를 산출했다. 두산밥캣의 영업장이 대부분 해외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업계는 산정 방식이 국내 시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해왔다. 국내 기계업종의 주가수익비율은 12~13배가 일반적이다. 국내증시에 상장하는 만큼 공모가는 국내기준을 따랐어야 했다는 게 증권시장의 반응이다. 그 결과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드러났다.

상장을 위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기존 대주주와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만 구주매출로 나온다는 점도 논란거리였다. 일반주식시장을 기관투자자의 '엑시트'로만 활용한다는 얘기다.

두산밥캣이 두산그룹의 재무적인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로서는 반가운 요소가 아니었다.

한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공모가 하단에 물량이 몰리기는 했지만 경쟁률 자체는 200% 수준으로 준수했다"며 "공고가 논란은 있지만 두산밥캣이 좋은 매물이라는 점은 인정받은 셈이어서 공모규모 등의 조정을 통해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평사 "두산인프라코어 신용등급에 악영향"

두산밥캣의 상장은 두산그룹의 명운을 가를 분기점이었다. 향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모 규모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두산그룹의 채무 44%를 가지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성차입금은 현재 약 9426억원이다. 내년 10월 상환기일이 다가오는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까지 합칠 경우 1조4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마련하거나 현금동원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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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상장 철회에 따른 영향. 출처 : 한국신용평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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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두산밥캣의 상장이었다.

공모가밴드 하단인 4만1000원에 두산밥캣이 상장될 경우 두산인프라어가 가지고 있는 두산밥캣 잔여지분의 가치는 약 1조7800억원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이는 단기차입금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상단일 경우 2조1700억원이 된다.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그룹차원의 다른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하더라도 남은 지분만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단기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해 신용등급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설명이다.

두산밥캣이 상장하면 1조원 가량의 현금이 회사에 들어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전체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의 규모도 2조3100억원에서 최소 9800억원에서 1조2200억원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현재 211.4%에서 155.3~161.8%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된다.

이런 계획이 최소 1개월 연기되고 향후 공모규모 자체도 시장친화적으로 조정이 예상되면 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를 중심으로 한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상장이 끝내 철회된다면 그동안 진행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며 "두산그룹의 재무부담은 올해 말 기준 12조원대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그룹 전반의 재무적인 리스크가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BBB"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후 상장이 재추진되더라도 당초 계획한 수준의 두산밥캣 상장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등급 하향검토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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