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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황원영의 Tip&Tok] ‘가습기 살균제 공포’, 외양간은 고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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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빛어진 논란이 물티슈, 화장품, 치약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편의점에 가습기 성분 논란을 일으킨 치약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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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황원영 기자] ‘망우보뢰(亡牛補牢·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하지만 외양간에 아직 소가 남아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외양간을 확실하게 고쳐야 남은 소라도 제대로 간수할 수 있다. 즉,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사회적 관심사인 ‘가습기 살균제 치약’ 논란 역시 제대로 된 외양간 수리가 절대 필요한 사안이다. 아직까지 피해자가 나온 사례는 없지만 ‘소량이다’ 덮어놓고 쓰다간 언젠가 소를 몽땅 잃는 것과 같이 큰 문제가 될지 모른다.

전 국민의 분노를 산 ‘옥시’발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약 일주일 전 생활필수품인 치약으로까지 번졌다. 물티슈부터 에어컨·공기청정기 필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화학제품 논란으로 생활용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태였다. 여기에 시장 규모 2000억 원에 이르는 치약이 합세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심리에 정점을 찍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치약에 허용되지 않은 원료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함유된 것으로 확인된 149개의 치약을 회수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제품인 데다 입 속에 들어가는 물질인 만큼 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정부는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괜찮다” 카드를 꺼냈다. 식약처는 치약 속 CMIT·MIT 성분 함량이 0.022∼0.0044ppm로 극히 적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하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정부와 업체의 늑장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를 목격해온 소비자들은 불신의 눈길을 보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CMIT·MIT 원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등 3종만 치약 보존제로 허용하고 있다. 즉, 금지된 성분이 사용돼 온 것이다. 미미한 양이라 할지라도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만큼 정부가 나서 엄격하게 처분해야 한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매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인데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나오지 않았다.

CMIT·MIT가 검출된 149개 제품 중 아모레퍼시픽 11개 제품만 해도 지난해 약 5000만개 생산됐다. 즉, 국민 누구나 한 번씩 사용해봤을 만큼 대중적인 제품이란 얘기다. ‘양치하다가 치약을 삼킨 적도 있었는데’, ‘입안이 상쾌해서 덜 헹군 적도 있었는데’, ‘향이 어떤가 싶어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은 적도 많았는데’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온갖 걱정이 난무한다.

게다가 온 국민이 민감한 사항으로 꼽고 있는 구강 제품 아닌가. 몇 년 전 치약에 함유된 파라벤 성분을 두고 유해성 논란이 일었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엄격하게 관리했어야 한다.

사실, 정부보다 앞서야 하는 곳은 해당 기업이다.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업체들은 ‘하청업체’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 등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원료에 CMIT·MIT가 들어있었기 때문에 자사 문제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다. 바꿔 생각하면 자사 제품에 성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얘기다.

일부 업체는 그간 비누등 씻어내는 제품에도 해로운 성분을 변경해 출시한다고 소비자들에게 강조해왔다. 친환경 성분 치약·비누·샴푸 등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광고가 얼마나 많았나. 그만큼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가습기 살균제 역시 ‘안심하라’는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했다. 이젠 소비자에게 광고 믿으라는 말도 못하게 됐다.

환불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수증 유무,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가까운 판매처에 가면 된다’고 해 갔더니 업체에 따라 안 된다고 했거나 영수증을 제시하라고 했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환불 시 금액산정도 제각각이라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제품 교환·환불 시 영수증이 있어야 하지만, 이번 경우는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영수증이 없더라도 교환·환불이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들은 ‘언제부터 해당 성분이 함유됐던 것인지’, ‘안전한 양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대응하고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뭘 믿고 쓰냐’는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정부와 업계가 나서 사태가 발생한 이유, 원인 등을 파악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외양간을 고치는’ 길이다. 철저하게 원인을 확인한 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최우선의 가치는 국민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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