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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월드 톡톡] 이집트 청년들 구직 엑소더스… 사실상 '경제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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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30% 넘어가자 지중해 통해 유럽 밀항 시도

과밀 선박 뒤집혀서 떼죽음도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이집트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라시드의 한 선착장. 옴마 아흐마드가 물에 흠뻑 젖은 아들(18) 시신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아들아, 미안하다. 어미가 널 말렸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직 바다에서 못 찾은 아들 하나가 더 있다. 찾아달라"고 외치다 실신했다.

나일강 하구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통로인 라시드는 최근 울음바다로 변했다. 지난달 21일 새벽 라시드에서 불법 이주민 450여명을 태우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려던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280여명이 사망·실종됐고 3일 현재 202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150인승 선박에 3배가 넘는 450여명을 태웠던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조선일보

지난달 21일 이집트 라시드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려다 침몰한 난민선에 탔던 야세르 타마하히(가운데)는 본지 인터뷰에서“난민 브로커들이 배 밑 냉장실에도 사람들을 빼곡하게 태워 배가 침몰할 때 제대로 탈출 못했다”고 했다. /노석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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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그동안 시리아·이라크·나이지리아 등 중동·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난민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행 '엑소더스'를 택하는 이집트인이 늘고 있다. 이번 사고 선박의 탑승자도 약 70%는 이집트인이었다.

이집트 난민은 시리아·이라크 등지의 '전쟁 난민'과 달리 '경제 난민'으로 분류된다. 극심한 경제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집트의 청년 실업률은 30%를 넘고, 인구(9000만명)의 28%인 2500만명이 한 달에 482기니(6만원) 이하로 사는 빈곤층이다. 여기에 테러와 정국 불안으로 주 수입원인 관광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불황이 깊어가고 있다. 타렉 아티아 이집트 경찰청 대변인은 "이번에 유럽 밀항을 시도한 이집트인 대부분은 실업 상태에 있는 10~20대"라고 했다.

이집트는 시리아·수단·소말리아 등 다른 주변국 난민의 탈출로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집트는 리비아나 터키보다 유럽 대륙에서 멀지만, 브로커에게 내는 밀항비가 3만5000기니(약 430만원) 정도로 싼 편이어서 말항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다. 기존 루트인 터키가 단속을 대폭 강화한 요인도 있다. 압델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난민들의 유럽 밀항을 조장하는 브로커 등 범죄 세력을 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시드(이집트)=노석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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