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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베일벗은 정부 구조조정안…철강·유화 M&A 물꼬 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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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업계 움직임 충분히 수렴…본격 구조조정 신호탄될 것"

통상 마찰·담합 우려 등으로 보고서 내용엔 한계

'공급과잉' 철강 판재류·강관, 유화 TPA 등서 산업재편 시작될 듯

연합뉴스

롯데케미칼 울산 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철강·석유화학 분야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정부 관계자)

30일 공개된 '철강·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은 정부가 두 산업의 비전과 재편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각종 회의체를 가동했다.

민간 협회가 진행한 컨설팅 보고서를 참고했고,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해외사례 분석 작업도 병행했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 실장은 "협회 컨설팅 보고서는 업계 참여하에 수많은 컨센서스에 따라 만든 것"이라며 "정부 대책도 업계 움직임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공을 들여 준비한 만큼 이 방안이 실제로 어느 정도 업계의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정부 방안만 갖고서는 산업재편의 깊이와 폭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규모·목표치와 실질적인 역할, 업계의 물밑 동향 등이 빠져있어서다.

이는 정부가 업계 사업재편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통상 마찰 등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철강 분야에서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최근 우리나라 정부의 업계 지원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사업자들이 모여 노골적으로 '주고받기식 감산'을 진행할 경우 담합으로 몰릴 우려도 있다. 정부도 그간 업체의 구조조정은 '자율적 사업재편'에 맡기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그럼에도 업계가 사업재편과 관련한 물밑작업에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때문에 그간 조용하게 진행된 구조조정 작업이 이번 정부 발표를 계기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동부제철은 냉연강판 등 판재류 생산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M&A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포스코는 2014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소를 묶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이후 동부제철을 인수하겠다는 업체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번 정부 방안이 새로운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판재류에 대해 M&A와 신규 투자를 통해 제품의 고부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 사업자가 난립한 강관 분야에서도 M&A 논의가 조심스럽게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관은 세아제강, 현대제철, 하이스틸 등이 주요 제조업체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강관업체가 한계기업의 우수 설비, 숙련 인력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기활법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계에서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으로 꼽히는 TPA(테레프탈산, 페트병 원료) 분야도 M&A를 통한 감축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등이 주요 생산업체다.

정부는 공급과잉 분야의 업체들이 감축 방안을 마련하면 기활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한화케미칼[009830]은 기활법을 통해 울산 가성소다 제조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경환 실장은 "철강·석유화학 분야에서 앞으로 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사업재편을 시도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이 나올 것"이라며 "선도적인 기업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사업재편을 위한) 의견이 모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급과잉 상황 속에서 끝까지 버티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시장이 패널티를 줄 것"이라고 답했다.

도 실장은 "제품 가격이 후발국보다 비싸면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후판이나 TPA를 자발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손실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주주, 채권단 등이 해당 기업에 사업재편을 하라고 강력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말한 '시장'은 이 부분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기업 임원진도 시장의 목소리를 등에 업고 기업 오너에게 사업재편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도 실장은 "정부도 방관만 하지 않고 독려해 나가겠다"며 "국제 통상 룰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업체가 요구하면 중재역할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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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청주공장(오창공장)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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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압연 공정(포스코 제3후판공장)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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