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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철강 구조조정 시작도 하기전에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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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BCG "후판공장 7개 중 3개 문닫아야"에 기업들 "업계 의견 반영돼야"

중국에 잠식 우려도…일각 "구조조정 필요성 실무자들이 공감할 것"

【서울=뉴시스】황의준 기자 =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으로 지목받고 있는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철강업계는 협회가 컨설팅 업체에 의뢰, 작성한 중간보고서가 과감한 설비 구조조정 필요성을 지적한데 대해 강력 반발하며 업계 의견 등이 최종보고서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즉 무리한 구조조정은 향후 시장을 중국업체 등에게 내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19일 철강업체들은 지난 5월 철강협회로부터 컨설팅을 의뢰받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국내 철강사 후판공장 7개 중 3개를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낸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각각 4개, 2개, 1개의 공장에서 연간 1200만t의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주로 사용되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BCG는 조선 경기 침체가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후판 생산능력을 400만~500만t 가량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은 매년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1~8월 전세계 선박발주량은 799만CGT(건조난이도를 고려한 수정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01만CGT 대비 3분의 1에 그쳤다.

얼마 전까지 세계 선박 시장을 싹쓸이하다 시피했던 국내 대형 조선 3사 또한 실적이 바닥을 기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는 올해 수주가 아예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 업체들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후판을 공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 들어 철광석 등 원자재 값 상승으로 대부분 제품의 가격이 올랐지만 조선사들의 형편 문제로 유독 후판 가격만 제자리에 있다.

지난 2007~2008년 한창 호황이던 시절 후판 가격은 t당 100만원을 호가했지만 최근에는 50만원 아래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동국제강은 포항에 있던 2개의 후판공장의 문을 닫기도 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중간재인 슬라브를 직접 만들었지만 동국제강의 경우 이를 외부에서 조달해온 만큼 가격경쟁을 버텨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국제강은 만성적자로 꼽히던 후판 생산을 조절하고 나면서부터 오히려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당진에서 고급제품 위주로 연간 150만t의 후판만 생산하고 있다.

BCG는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생산 설비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인데 업계는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조선업황이 살아나고 후판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가 온다면 국내 시장은 온통 중국 제품이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컨설팅 업체보다는 실무를 맡고 있는 업계 사람들이 현실을 더 잘 알지 않겠냐"며 "보고서 하나로 산업 전체 구조조정의 그림이 그려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측 또한 "현재 최종보고서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으로 중간보고서에 대해 품목별 전망을 검토하고 회원사 의견 등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업계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설비 감축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마 실무자들이 가장 많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컨설팅 의뢰를 맡겼던 것인데 다만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가 알아서 경쟁에서 떨어져 나가주길 바라는 태도가 계속되면서 구조조정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la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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