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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일률적 설비 감축…일본식 구조조정 땐 조선업 고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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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잘못 대처해 경쟁력 추락

‘조선소 37개, 세계 수주량 3위’.

2016년 일본 조선업의 모습이다. 한국·중국과 ‘빅3’를 형성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우선 선박 건조 생산성이 떨어진다. 한국보다 많은 조선소를 갖고 있어도 선박 인도량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선박 건조 주문은 주로 일본 선사로부터 받고 있다. 일반 제품처럼 스스로 만든 뒤 판매하는 물량도 꽤 된다. 주요 조선업체의 주력 선종도 만들기 쉬운 벌크선이다.

20세기 들어 세계 조선업의 패권은 영국·일본·한국이 차례로 차지했다. 일본이 한국에 조선 1위 국가의 지위를 양보한 것은 1980년대의 잘못된 구조조정도 한몫했다. 당시 세계 경제 불황으로 선박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해 정부 주도로 생산설비를 감축하는 등 대규모 조정이 이뤄졌다. 78년 61개였던 조선사는 88년 26개사로 줄어들었고 도크 수는 138기에서 47기로 떨어졌다. 도쿄대를 비롯해 일본 대학 내 조선학과는 모두 사라졌다.

조선업으로의 우수 인력 유입도 중단됐다. 설계 인력이 대폭 줄면서 표준화된 선박만 생산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했다. 현재 일본 핵심 설계 인력은 80년대부터 일해 온 60대 이상이다. 미쓰이중공업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설계 인력(300명)을 가졌지만, 이는 한국 비상장 중소 조선소 평균 수준이다. 한국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설계 인력만 1200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의 전망과는 달리 세계 선박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안 한국 조선업체들은 LNG선·탱커·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 집중했다. 일본은 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설비 축소로 기업 경쟁력이 일괄적으로 하락했고 투자 연구가 중단돼 시장 점유율만 떨어졌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은 선박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일본은 내수가 받쳐준다는 차이가 있다. 해운 내수가 없는 한국에서 일본과 유사한 형태로 구조조정을 할 경우 한국 조선산업은 고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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