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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진이 키운 '대주주 책임론'…구조조정 원칙 준수해야(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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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는 원칙적으로 유한책임

자금지원 압박은 법적 근거 없어

대기업 총수, 소수지분으로 경영권 행사

사회·도의적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대마불사' 신화 깬 선례로 남을 사안

부실책임, 행위 주체 명확히 남겨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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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진해운 물류대란의 책임을 대주주에게 돌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를 계기로 부실기업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려야 할지 논란이 일고 있다. 대마불사 신화를 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새로운 구조조정의 선례로 남게 된 만큼 향후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국내 기업 환경에 맞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조조정 주체는 대주주…지배적 지위 누리는 ‘총수’ 일가 책임 커

7일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지원결정에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주주 책임론에 대한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일단 주주는 원칙적으로 자신이 투자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유한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조양호 회장의 추가 자금 지원을 압박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의 모회사인 대한항공 등이 법정관리 기업에 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우 이는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법정관리 기업이 신규 자금 지원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은 이유다. 실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경영자의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따른 부실에 대해선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게 판례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물류 대란이 발생한 데 대한 대주주의 사회적, 도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국내 대기업의 소유구조(Ownership Structure)상 부실 경영을 초래한 행위주체는 소수 지분을 갖고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재벌 총수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29.5%를 통해 그룹 전체를 거느리고 있다. 한진해운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은 없지만 한진칼의 자회사인 대한항공(33.23%)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국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한진해운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한진해운은 2013년 세운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또 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된 것을 단순히 외부상황의 악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며 “최은영 전 회장 등 구조조정 계획에 책임있는 대주주의 손실부담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운명이 엇갈린 배경으로 두 회장의 다른 대응도 주목받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대증권 등 알짜 계열사들을 모두 팔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현정은 회장과 달리 전혀 설득이 안됐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물류대란 이후 책임론이 제기되자 뒤늦게 사재를 털어 400억원을 내겠다고 발표했으나 사태해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현재 재벌구조상 소수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라며 “재벌 총수는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막강한 사회적 경제적 이득을 누리는 반면 부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기이한 구조”라고 말했다.

◇“부실책임, 행위주체 명확히 하고 관례 남겨야”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대주주에 대해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자’로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부실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은 대주주의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관례화됐다”며 “손해배상을 묻기 위한 전제로 고의나 과실 여부를 따질 때 그 행위주체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구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법률이나 정관위반, 사익추구에 따른 주주 이익 침해, 채무보증 여부 등을 세세히 따질 필요가 있지만 지배적 주주도 경영진처럼 충실의무와 주의의무를 진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통해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진 만큼 향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선 대주주의 책임에 대해서도 확고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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