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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진해운 ‘플랜B’ 어디 갔나?…구조조정 첫 단추부터 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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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종룡 금융위원장, 수개월 전부터 플랜B 공언했으나 ‘헛말’

물류대란 대응팀, 해수부서 뒤늦게 정부 부처 TF로 확대 ‘안이한 인식’

유일호 부총리, 7일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회의 ‘뒷북 대응’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산업 구조조정의 첫 단추부터 꼬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해운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5대 불황업종 구조조정 가운데 맨 앞에 서 있는 산업이었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된 지 10개월이 지났고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관련 부처나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커졌다.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비상상황에 대비한 ‘플랜B'가 있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일이 터지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며 총체적인 무능을 드러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상화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비상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비상계획은 말 그대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회생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한진그룹과 한진해운 탓만 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의 협조 부재를 탓하면서 “사전에 대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공언했던‘플랜B'는 헛말이 된 셈이다.

정부는 또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우리 경제에 어떤 피해를 줄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한국선주협회나 민간 연구기관은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7조7천억~17조원의 피해를 경고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수치를 내놓지 못했다.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산업자원통산부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결정되더라도 주력 품목 수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엉뚱한 전망을 했다.

이런 안이한 인식은 법정관리 신청 직후 정부 대응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는 해양수산부 1개 부처 안에 ‘비상대응팀’을 만들어 물류피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물류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지난 4일에서야 9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고 기획재정부·해수부 차관을 공동팀장으로 하는 ‘정부합동대책 티에프(TF)’를 뒤늦게 발족시켰다.

올해 6월에 만들어진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도 있으나마나였다.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일인 지난달 31일 부랴부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적·산업적 영향 최소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 입에서 한진해운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거의 2개월 만이다. 금융당국이 재무 중심의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한다면 해수부는 산업 피해에 무게 중심을 두기 마련이다. 이런 부처의 시각 차이를 조율하는 것은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유일호 부총리가 맡았어야 했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수행 중인 유 부총리는 5일 저녁 중국 항저우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한진해운 상황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이후 두 번째 회의다. ‘뒷북 대응’,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김소연 이정훈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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