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사모펀드 등에 1886억 투입…자금출처는 ‘음지’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탐사기획]

회원수 1만명 양우회 사모펀드에

2년동안 1천억 가까이 투자하기도

11만명 경찰공제회와 비교 규머 커

사모펀드 절반 이상 실패 추정

피해액 수백억원에 이를 듯

직접투자로 골프장 2곳 등 매입

자회사 등에 1400억대 빌려주기도


한겨레

국가정보원 현직 직원들의 공제회인 양우회와 양우회 자회사가 사모펀드 등 영리 목적 사업에 최소 1885억9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회비 규모에 견줘 거액인데 사업자금 출처는 베일에 싸여 있다.

먼저 사모펀드 투자가 유달리 많은 점이 눈에 띈다. <한겨레>가 양우회 관련 소송 등을 분석해보니, 2007년부터 2년 기간에만 19개 사모펀드에 978억6000여만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회원 수 10만7000여명인 경찰공제회가 2015년 13건의 사모펀드에 1849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회원 수가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양우회의 사모펀드 투자 규모는 작지 않다

사모펀드는 절반 이상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우회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손실액이 특정된 게 4건이다. 3건의 선박펀드와 1건의 게임개발펀드에 모두 248억여원을 투자해 208억여원의 손해를 봤다. 양우회는 대신자산운용과 마이애셋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사모펀드에) 필연적으로 높은 투자 위험이 존재한다’며 손해액의 일부인 73억4000여만원만 인정했다. 자산운용사가 취재를 거부해 양우회가 실제로 이 돈을 돌려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동투자자가 낸 소송 등을 통해 손실이 추정되는 사모펀드는 5건이다. 2007년 ‘마이애셋 사모 항공기 특별자산 투자신탁’에 함께 투자했던 공무원연금공단이 100억원 투자금 중 44억여원(44%)을 손해보는 등, 공동투자자가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낸 소송으로 미뤄 보아 4건의 펀드는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양우회는 2008년께 중국에 골프장을 짓는 ‘마이애셋 사모 에이스 채권 투자신탁 18호’ 사모펀드에 60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업이 실패해 손실을 입게 되자 이익금 대신 펀드 운용 관련 골프장 업체 지분을 인수했다.

19건 중 6건은 담당 펀드매니저가 양우회 투자금을 횡령해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자산운용 펀드매니저였던 권아무개씨는 2008~2009년 양우회가 투자한 6개 펀드를 관리하면서 165억7000여만원을 횡령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소송 기록을 보면, 양우회는 권씨가 횡령한 투자금을 합의금조로 돌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는 권씨의 변호인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권씨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나머지 4건은 투자 사실만 소송 기록으로 확인될 뿐 양우회와 자산운용사가 답변을 거절해 결과를 알 수 없었다.

한겨레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사업을 벌인 뒤 이익을 돌려주는 간접투자상품이다. 누구나 투자가 가능한 공모펀드와 소수 투자자만 참여하는 사모펀드로 나뉜다. 공모펀드는 펀드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를 받지만, 사모펀드는 이런 제한이 없어 증권·부동산을 제외한 특별자산에 투자금 전부를 투자할 수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공제회들이 주식·채권으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 보니 선박·비행기 등 특별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며 “사업 전문성이 낮거나 투자 결정 구조가 단순할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겨레>가 접촉한 어느 전직 국정원장은 “(양우회는) 안전자산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방침이라 내 시절에는 위험한 투자는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펀드 등 간접투자 외에도 최소 755억3000여만원 이상의 직접투자사업도 확인됐다. <한겨레>가 등기부등본 등을 보니 양우회는 2000년과 2004년 경기도 토지 3만2514㎡를 88억1000여만원(공시지가)에 구입했다. 실제 매매가는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지와 함께 골프연습장 2곳도 사들였으나 당시 시가표준액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수억원대로만 추정된다.

주식투자도 했다. 양우회는 2003년에 삼양식품에 500억원을 주고 파크밸리골프클럽을 운영하는 강원레저개발의 주식을 인수했다. 2008년 골프장 사업을 하던 중원레저개발(현 에스엘세레스) 지분 가운데 1만6000주를 인수했다. 실제 인수가격은 확인되지 않았다. 양우회는 지난 3월부터 경기도 용인시에 167억2000여만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짓고 있는 등 여전히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양우회 자회사의 투자사업도 152억원을 넘는 규모다. 자회사 우양개발(현 지앤탑)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우양개발은 2001년 경기도 성남시 6414.6㎡ 토지를 152억여원(공시지가)에 샀다. 투자는 아니지만 양우회가 우양개발과 중원레저개발 등에 빌려준 1400억7000여만원의 대여금 규모도 양우회의 자금 동원력을 보여준다.

자본금 30억원의 수십배에 달하는 투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양우회 법인 등기부에는 자금 출처가 ‘회비, 출연금, 기타 수익금’으로만 나와 있다. 국정원 직원은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 <한겨레>가 전직 국정원 직원의 이혼 재판 과정에서 확인한 양우회비는 1990년대에는 7만~8만원이었고 최근에는 4급 직원의 경우 28만~30만원이었다. 1만여명의 양우회원이 모두 30만원을 공제한다고 가정해도 1년 회비는 360억원 수준이다. 펀드 투자 손실액에 견줘도 터무니없이 적다.

자산운용 과정은 비공개다. 법적으로 사단법인인 양우회는 주무관청인 국정원에 사업 결과, 수지 예·결산 등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국정원 기조실장이 양우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어 회계감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분명하지 않다. 국정원은 양우회 자산운용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양우회·자회사 자산 최소 2천억

양우회와 그 자회사가 보유한 부동산·동산 등의 자산규모가 2012억4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 사단법인 양우회의 자산은 최소 772억6000여만원 규모였다. 자산은 크게 부동산과 주식으로 나뉜다. 양우회는 경기도 용인시 1만6769㎡, 안양시 1만5745㎡ 등 239억5000여만원(공시지가 기준)의 토지를 갖고 있다. 건물은 경기도 안양시 양우회 땅 위에 3층짜리 골프연습장을 보유하고 있고 이 건물의 올해 시가표준액은 13억4000여만원이다. 골프연습장 운영주체는 국정원 퇴직 직원 모임인 양지회다. 양우회가 현재 짓고 있는 용인시 물류센터 공사비도 167억2000여만원이다. 감사보고서를 통해 양우회 소유로 확인된 자회사 주식도 주식 액면가 기준으로 강원레저개발 350억원, 에스엘세레스(전 중원레저개발) 2억원, 지앤탑(전 우양개발) 5000만원 등 353억여원이다.

감사보고서로 확인된 양우회 자회사의 총자산도 최소 1239억8000여만원(감가상각 제외) 규모다. 강원레저개발은 강원도 원주시 파크밸리골프장 토지와 건물, 코스 등 823억5000여만원, 에스엘세레스는 골프리조트 건설 부지 등 407억2000여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앤탑의 임차보증금 등 자산도 확인가능한 최근 시점인 2013년 현재 9억1000여만원이었다. 실제 자산은 <한겨레> 취재로 확인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법상 사단법인은 주무관청에 매년 자산 등을 보고해야 한다. 양우회 주무관청은 국정원인데 양우회와 국정원 둘 다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세금을 제대로 내는지 등 자산보유 실태는 알려진 게 없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 관련기사
▷ 국정원 직원 공제회 ‘양우회’ 펀드 불법 투자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 [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우병우 논란] [한겨레 그림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