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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진해운 구조조정, 법원-정부 '엇박자'…산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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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은 빈껍데기…알짜자산은 '핵심 영업인력'

정부는 청산 전제, 법원은 회생 전제

법원 주도 자산매각 진행

현대상선 자산 인수 프로세스 '난맥'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회생절차 개시가 곧바로 시행되는 등 법원은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보다 ‘회생’ 가능성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은 사실상 한진해운의 청산에 무게를 두고 후속 방안들을 내놨다. 법원과 정부의 엇박자로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방향타를 상실하고 좌초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알짜자산만 떼어내 인수하는 자산인수방식으로 두 회사를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인수 방식은 주식인수 방식과 달리 부실기업의 자산만 떼어다 매각하는 것으로 종업원, 영업권, 부채 등은 인수자가 떠안지 않아 부담이 적다. 버릴건 버리고 좋은 것만 취한다는 점에서 묘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 기업은 채권단이 아닌 법원이 주도하는 매각 방식을 따라야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방안의 현실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과 정부-채권단이 긴밀한 협의가 전제돼야하는 것이다.

◇한진해운에 알짜자산 남아있나…사실상 ‘껍데기’

정부는 현대상선이 한진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을 포함한 알짜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알짜자산은 ‘핵심 인력’이다. 사실상 한진해운의 자산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런던사옥, 한진칼 영업권, 터미널 매각 등으로 비영업자산 대부분이 팔려나가 남은자산이 거의 없는데다, 해운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선박도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남은 가장 중요한 자산은 해외 영업망을 갖춘 인력들”이라며 “이들을 빼앗기지 않고 현대상선이 흡수할 수 있도록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 인수 프로세스 어떻게…

정부 추진안은 회생절차가 진행될 경우 매각 자산이 나올 경우 현대상선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 차원일 뿐 방법적 고민은 많지 않았다. 다만 공개경쟁입찰에 현대상선이 참여할 수 있고, 해외 용선주, 선박금융 대주단과 현대상선이 재계약을 맺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조직을 떼서 매각하는 방안은 법정관리하에서 채권단 주도가 어려워 인력들은 개별 채용을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선박금융 대주단이나 인재들에게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자산 인수를 위한 신규 자금 지원까지 나설 태세다. 과거 맺어뒀던 높은 용선계약이 시가로 재계약될 경우 경제적으로도 유리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채권단은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 자산 매각 키(key) 누가 쥘까…

설사 한진해운에 알짜자산들이 남아있다고 해도 한진해운 소유 자산에 대한 매각 결정은 법원이 주체다. 또 법원 매각물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진행한다. 채권단이 원하는 매물이 나올지도 관건이고, 현대상선이 입찰에 성공할지도 불투명하다. 법원이 자산매각을 추진해도 회생을 전제로 하겠다고 밝힌만큼 핵심영업자산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적으로 한진해운의 소유가 아닌 자산에 대한 매각은 가능하다. 7월말 기준 한진해운이 운항하고 있는 144척의 선박 가운데 한진해운이 소유하고 있는 사선은 거의 없는 상태다. 사선 역시 대부분 선박금융 대주단이 보유하고 있는데 선박의 법적 소유주는 대주단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대주단이 매각 결정을 내리면 얼마든지 매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핵심인력 채용과 우량자산 인수는 한진해운의 청산을 전제로 한다. 핵심인력과 우량자산이 빠진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영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정부 방안은 한진해운의 청산을 전제로 내놓은 방안들로 법원과 협조 없이 단독으로 진행될 경우 한진해운 구조조정은 방향타를 잃고 좌초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 청산은 국내 해운산업과 연계돼있고 대량 실직자 양산 등 국내 경제와도 밀접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구조조정 방향이 명확히 정립된 상태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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