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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자수첩]PEF와 기업구조조정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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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난 6월30일 을지로에 위치한 전국은행연합회 회관에서 금융감독원장과 사모투자펀드(PEF) 대표 20여명이 모였다. 금감원장의 모두발언을 제외한 이날 회담의 논의는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PEF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 내용과 참석자 면면에서 정부와 업계의 공조를 도모하는 자리였다는 정도를 가늠해볼 뿐이다. 또 이날 참석자들을 통해 귀동냥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

앞으로 정부가 어떤 당근책을 제시할지는 아직은 물음표다. 다만 이날 지적됐던 논의 중 하나는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회된 우량 매물들은 PEF들이 왕성하게 사들이고 있지만 정책기관이 소유한 대우조선해양, 우리은행 등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 좀처럼 장(場)이 들어서지 않는다.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시장원칙이 애초에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PEF의 태생은 시장이다. 우리는 정부가 마련한 법으로 PEF가 출범됐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규제를 완화해야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더라도 시장원칙이 외면받는다면 규칙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입장하지 않는 구장에는 선수들을 먼저 들어오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혈세가 투입된 매물은 헐값매각 논란이 번번히 발목을 잡는다. 부실 매물을 정책기관이 장기간 소유할 경우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 시장에서 살릴 수 없다면 정책기관이 소유한다고한들 사정은 크게 달라지기 힘들다. 추후 PEF가 회수할 때 정부가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자금회수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실기업은 조기에 시장원칙에 따라 시장에서 소화되는 편이 낫다. 헐값이 아닌 시장가 매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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