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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대기업 32개사 구조조정대상 ‘살생부’ 올랐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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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조선 '빅3'는 제외...평가의 신뢰성 의문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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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감독원의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창명해운 등 32개 대기업(7개 상장사 포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정기 신용위험평가때보다 3개사 감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수시평가를 통해 이미 19개사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추가된데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도 회생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정상기업으로 분류돼 실질적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구조조정 대상 32개사 솎아냈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이 금융권에서 500억원 이상 빌린 대기업 1973개사중 602개를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워크아웃이 유도되는 C등급 13개사와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 19개 등 32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전체 구조조정 기업은 지난해 정기 신용위험평가보다 3개사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수시평가를 통해 이미 19개사를 추가로 솎아낸 후 불과 6개월 여 만에 다시 32개사가 선정된 만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4조2000억원의 자금 투입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삼성·현대중공업이 자구를 통한 회생 가능성, 대주주 의지 등으로 B(일시적 유동성 위기)등급으로 분류되면서 이번 살생부에서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자산은 2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배 늘어 2011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결과 이른바 ‘살생부’를 발표하면서 이번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신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이후 공정하고 엄정히 진행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권익보호를 위한 이의제기 절차를 도입하고 취약업종에 대한 평가를 확대한 만큼 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신용위험평가부터 금감원은 총자본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평가대상에 추가해 보다 촘촘한 기준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부실이 누적돼 자본금까지 날렸지만 근근한 현금흐름으로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졌던 한계기업들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그물망에 걸리게 됐다. 여기에 이번에 신설된 이의 제기 절차에 따라 5개 기업 중 2개 기업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 구조조정 진행 조선 빅3, ‘B’로 평가해 제외

문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누락됐다는 점이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빅3는 채권은행들이 기업 자구를 통한 회생 가능성과 대주주의 의지, 산업적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며 “특혜를 준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계법인 삼정KPMG가 지난해 하반기 실사를 통해 추정한 대우조선의 2018년 현금부족액은 마이너스 4조 5513억원에 이른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결정한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 외에는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고 있는 상태. 현재 지원액으로 2년 후 현금 흐름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높은데도 회생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는 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유연한 잣대를 사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주채권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은 불투명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조선 빅3를 정상기업으로 분류한 근거는 명확히 않다”고 지적했다.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겨 기업 옥석가리기에 논란이 일 경우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조선빅3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평가의 실상에 대해 궁금증만 키웠다”며 “이런 경우 시장은 더 나쁜 쪽으로 해석을 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양한 정치적 고려로 진단이 잘못되면 잘못된 처방이 나올 수 있다”며 “낙관적 진단에서 화를 키운 STX조선해양의 교훈을 되새겨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엄정한 평가 필요..구조조정 수요 확대 + 숨견진 구조조정 기업 존재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은 더욱 엄정한 잣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경기민감업종을 넘었다. 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 외에도 이번 평가에선 전자업종이 2년째 5개 이상 포함돼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상태다.

장복섭 국장은 “전자업종은 삼성, LG 등 글로벌 완성품 기업을 빼면 부품 협력업체가 중국 수출 수요 감소와 완성업체의 특정 시리즈의 실패로 (경영상황이) 썩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32개 구조조정 기업 외에도 부실징후 가능성이 있는 업체 26개사도 잠재된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평가다. 이들은 채권은행의 금융지원 없이도 자구계획으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으로 별도 분류됐다.

다만 32개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액은 2300억원으로 추정돼 추가 충당금 부담이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3조80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한 상태다.

◇용어설명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채권은행이 기업의 재무구조 등을 들여다보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 등을 선별하는 작업. 평가 결과 각 기업은 A, B, C, D 등급으로 나뉘며 이 중 C등급에 들어간 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재무구조개선약정(워크아웃) 혹은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 D등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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