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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해수욕장의 등산조끼男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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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구멍 뚫고 찰칵… 휴가철 몰카범 기승

[동아일보]
2013년 8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가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 속 백사장은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과 바다를 즐기러 온 피서객들로 가득했다. 때 아닌 등산용 조끼를 입고 두리번대던 부산 주민 김모 씨(42)는 조금 ‘특별한 이유’로 그 틈에 섞여 자리를 잡았다. 그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건 공용화장실 앞 비키니 차림의 한 여성. 김 씨는 조끼 가슴 주머니에 구멍을 내고 스마트폰을 넣어 테이프로 고정시킨 뒤 여성의 가슴과 엉덩이를 집중적으로 몰래 동영상 촬영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과로 두 차례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 씨는 결국 동영상을 촬영하다 적발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권기철 판사는 김 씨에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매년 7∼8월이 되면 휴가철을 맞이해 해수욕장 등에서 몰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원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인지 여부,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하게 된 경위나 동기는 물론 촬영 각도와 촬영 거리까지 종합적으로 결정해 양형을 결정한다. 판결 검색 결과, 하루 동안 같은 장소에서 이동 없이 촬영한 경우에는 횟수를 불문하고 평균적으로 벌금 2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사실이 적발되면 벌금액이 300만 원, 400만 원 등으로 올라가고, 김 씨처럼 특수한 방법이나 장치를 사용할 경우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가중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해수욕장에서 피해 여성들의 특정 부위를 촬영하다 덜미를 잡혀 처벌받는 ‘외국인 몰카범’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네팔 국적의 남성 N 씨(24)는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던 30대 여성의 가슴과 배, 다리가 노출된 모습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여성 3명의 사진을 담은 혐의로 기소돼 올해 초 1심에서 벌금 200만 원 선고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떨어졌다. 2014년에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만 여성들을 상대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다 걸린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 2명, 파키스탄인 남성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재판에 넘겨졌고, 다리 사이와 음부를 집중적으로 12차례나 찍은 중국인 남성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수욕장에서 신체의 특정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 등에 공공연히 게시할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죄의 경중이나 재범 위험성, 범행 동기 등에 따라 성범죄자로 등록돼 신상 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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