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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자수첩]툭하면 `혈세`투입…정책금융 `구조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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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보증이니 뭐니 정책금융을 줄이는 게 기업 구조조정을 하는 거다. 미국은 2~3년 정책금융으로 기업을 지원한 후 그 뒤로는 딱 끊는다. 우리처럼 한 기업에 10년씩 지원하면 자생력을 키울 수가 없다.”

최근 만난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책금융 현실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했다. 우리나라 정책금융 규모는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7.33%로 0%대인 미국, 영국보다 훨씬 많다. 기업 구조조정이 더딘 것도 너무 과도한 정책금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툭하면 국책은행에 쌈짓돈 주듯 돈을 쏟아붓는다. 이유도 갖가지다. 수출지원, 기업투자, 구조조정까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1조4000억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수은에 현물(공기업 주식) 대신 현금을 쥐여주고 산은엔 예정에도 없던 4000억원이 떨어진다. 구조조정을 이유로 혈세를 투입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했는지 산은에 투입된 4000억원은 구조조정이 아닌 정책금융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예컨대 산은은 지난해 부실기업 지원으로 1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손실을 냈다. 그러나 총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지난해 말 14.28%로 전년보다 0.6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정부가 기업투자 촉진을 명목으로 2조원 가량을 출자한 영향이다. 2조원과 이번 4000억원은 어떤 차이인가. 수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해까지 7조원의 출자(현물 5조원, 현금 2조원)를 받는다. 현금출자는 2013년 이후 매년, 현물출자는 9년 중 7년을 지원받았다. 내년에도 현물이든 현금이든 출자가 예정돼 있다.

정책 당국자들이 국책은행에 무턱대고 혈세를 투입하는 관행을 끊고 정책금융의 구조조정을 먼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구조조정 때문이든 수출이든 투자든 정책금융이 이렇게 많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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