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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여친에 비밀 누설한 국정원 직원에 정직 2개월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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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심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

뉴스1

국가정보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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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동거했던 연인에게 업무를 통해 알게 된 비밀을 알려줬다는 이유 등으로 정직처분을 받은 후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던 국가정보원 직원이 2심에선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조경란)는 국정원 직원 A씨가 "정직 2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일본에서 직무연수를 하던 중 여자친구 B씨와 동거하면서 북한 대남 공작조직 활동실태 등 직무를 통해 얻은 비밀을 누설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B씨에게 "내연녀가 있으니 헤어지자"고 결별을 통보해, B씨로 하여금 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 "A씨를 처벌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게 했다는 점도 사유 중 하나였다.

고등징계위원회는 2009년 5월 강등을 의결했지만,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가 가볍다는 국정원장의 요구에 따라 재심사가 열렸고 같은 해 6월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이에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법령상 재심사 권한 없이 원래 징계의결보다 중하게 의결돼 위법하다'는 취지로 2012년 4월 승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같은 이유를 들어 다시 징계위를 열어 A씨를 해임했고, A씨도 다시 소송을 내 2014년 2월 또 승소가 확정됐다.

그런데 국정원은 2014년 4월 또다시 A씨를 고등징계위원회에 징계 요구했고, A씨는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국정원은 B씨에게 비밀을 누설하고, 처벌 민원이 제기된 점 이외에 제3자에게 직무 관련 사실을 누설한 점을 징계사유로 들었다.

그러자 A씨는 같은 해 9월 "정직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씨와 관계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고, B씨에게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A씨의 심문권을 박탈한 채 징계위원회를 연 절차상 문제가 있고, 제3자에게 정보를 누설했다는 징계사유는 징계시효가 지나 처분 사유에 포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일반적 정보 수집 등 임무 외에 특수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은 아니었으므로 이 정보가 보호 가치가 큰 비밀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며 "A씨가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비밀 누설로 실제 침해된 이익이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B씨로 하여금 결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동거생활 등을 하게 한 것은 맞지만 성인 남녀의 일이므로 추후 별탈 없이 마무리될 수 있으리라 보고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 충분한 경우 징계처분을 유지해도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한 정보·보안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그 소속 직원은 다른 공무원에 비해 고도의 직무상 비밀엄수의무가 요구된다"며 "A씨의 활동은 일본 내 정보수집 및 특수업무수행으로 외부에 알려질 경우 한·일 양국간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도 있는 등 비위행위 내용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징계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기강의 확립이나 국정원 직원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등의 공익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에 대한 정직 처분이 명백하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d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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