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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법원, 국정원 댓글 직원 “범죄 은폐 위해 스스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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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 직원 ‘감금’ 무죄 판결문 보니

”야당 의원들 컴퓨터 확인 요구했을뿐”

당시 김씨 노트북에서 187개 파일 삭제

”문 닫았다”에서 ”왜 닫힌지 모르겠다”

진술 오락가락 바뀐 것도 주목


법원이 2012년 대선 직전에 터진 ‘국가정보원 댓글 직원 감금 사건’의 실체를 국정원 직원의 ‘셀프 감금’으로 규정함에 따라 당시 야당 의원들의 인권침해로 몰아갔던 여당과 국정원, 그리고 이를 토대로 야당 의원들을 기소한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심담)는 6일 이 사건에 연루된 야당 의원들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하면서 당시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가 (댓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스스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금 사건’을 판단하는 열쇠는 국정원 직원의 문 앞이 완전 출입 불가 상태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김씨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입증해야 ‘감금당했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국정원의 업무용 컴퓨터를 빼앗길 경우 직무상 비밀이 공개되거나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 내용이 수사기관과 언론 등에 공개될 수 있음을 우려해 “스스로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김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것에 주목했다. 김씨는 2013년 6월과 8월 검찰 조사에서 ‘출입문이 열리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놀라 문을 닫아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이듬해 2월에는 ‘왜 문이 닫힌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법정에서는 “문이 (중간에) 잠깐 열렸지만 (바깥 사람들과) 말다툼하는 사이에 문이 닫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는 스스로 오피스텔 문을 닫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셀프 감금’ 논란이 일자 외부의 힘으로 문이 닫힌 것처럼 진술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또 김씨는 방 안에서 외부로 나가려 시도하기보다 계속 파일 삭제 등 증거인멸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금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김씨는 당시 오피스텔 안에 머무는 동안 노트북에서 총 187개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씨가 당시 노트북 등을 야당 의원들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해 밖으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감금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야당 의원들이 김씨를 나오지 못하도록 막거나 붙잡는 행위가 실제로 발생할 때부터 비로소 감금의 죄가 성립한다”고 일축했다. 김씨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미리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재판부는 야당 의원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사이버 공간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활동을 의심해 김씨한테 밖으로 나와 경찰에 컴퓨터를 제출하거나 문을 개방해 컴퓨터를 확인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감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런 판단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여권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2012년 12월16일 대선 후보 티브이 토론에서 “2박3일간 여직원을 나오지 못하게 하고 부모님도 못 만나게 하고 물도 안 주고 밥도 못 먹고, 이런 부분이 인권침해 아니냐”며 야당을 공격한 바 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불법선거운동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달려간 의원들을 감금범으로 몰아붙였던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특별수사팀장으로 야당 의원들을 기소했던 이정회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법원의 판단은) 감금죄의 일반적 법리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허재현 송경화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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