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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한은 ‘꼼수 구조조정·사후 거수기’ 논란 10조 펀드안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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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은 금통위 개최해 대출 방향 의결

보완적·한시적 역할 강조했지만

선도적 역할 정부재정 책임 실체 모호

한은 원칙 ‘허공속 메아리’될지 지켜봐야



한국은행이 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10조원 한도의 대출을 의결했다. 이는 앞서 한은이 돈을 찍어 부실을 구제하는 ‘꼼수 구조조정’에 동원되고, 금통위 의결이 사후적 절차로 전락해 ‘거수기’라는 뒷말을 들을 수 있다는 논란을 부른 사안이다.

한은은 의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한은은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계획 차원에서 보완적·한시적 역할을 담당하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충분한 규모의 국책은행 출자를 해 대출금이 빨리 회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결 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처럼 향후 한은이 펀드 조성을 위해 기업은행에 내어주는 대출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계속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한은은 10조원을 통째로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유사시 ‘캐피털 콜(자금 요청)’이 있을 때 금통위가 필요 액수를 개별적으로 의결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의 자금 요청이 있다고 무조건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금융안정을 해칠 소지가 있어 한은이 나설 시점인지, 산업은행 등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펀드에 좀더 낮은 금리를 요구하며 손쉽게 손을 벌리는 것은 아닌지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부실기업 지원 목적이 아니라 국책은행의 자본 부족으로 인한 국민경제와 금융시스템 불안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캐피탈 콜에 의한 실제 대출은 이러한 불안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있는 사안을 사전 발표 뒤 금통위가 사후적으로 의결하는 것도 나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 조성 방안이 발표된 다음날 금통위 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한은의 자본확충 참여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뜻을 피력했다. 그는 “구조조정 정책과 통화정책은 각각 미시적·거시적 경제정책에 해당하므로 관련 당국과 통화당국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 수행이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조조정 정책은 (중략) 통화당국이 이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여지도 없기 때문에 금번 자본 확충 논의와 관련하여서도 통화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부분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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