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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브렉시트]구조조정 시급한데 ‘시계제로’…글로벌 충격 정도가 관건…추경+금리인하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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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기반이 취약한 한국경제가 ‘시계제로’의 최대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금융불안이 심화하며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냉각돼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달까지 18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수출은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금 우리경제는 조선ㆍ해운ㆍ철강 등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구조조정마저 실패할 경우 자생적 회복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장기악재가 현실화돼 경제가 뒷걸음질칠 가능성도 있다.

▶과거와 다른 위기…충격 장기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시장불안은 과거에 겪었던 몇 차례의 금융위기와 성격이 다르다”며 “앞으로의 상황전개는 더욱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금융ㆍ재정 부실에 따른 지급불능 우려로 금융 거래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한 것이지만, 이번 사태는 경제외적 요인으로 촉발돼 금융ㆍ실물경제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브렉시트 이후 다른 국가들의 EU탈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지난 30여년 동안 진행돼온 세계화(Globalization)와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가 우선주의 기류가 강화되면서 세계경제 질서가 요동을 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때문에 영국과 EU가 브렉시트를 수습하고 세계 경제질서를 새롭게 구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때까지는 안심하기 어렵다. 브렉시트 사태가 기존 세계경제 질서에 중대한 균열을 가져올 경우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당장 한국과 영국의 교역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對)영국 수출액은 73억달러로 전체 수출액(5268억달러)의 1.4%에 불과했다. 영국 경제의 호조로 수출이 최근 3년 연속 20% 이상 증가했지만, 절대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영국의 EU탈퇴로 인한 글로벌 경제충격과 무역위축 등 후폭풍이다. 세계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브렉시트→국제공조 균열→세계 금융불안→자본이탈→국내 금융불안→실물경제 타격의 연쇄작용이 일어날 경우 그 파장이 증폭될 수 있다.

▶비상 대응태세…추경+금리인하 패키지= 정부는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24일 이후 매일 비상 대책회의를 열어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한다는 계획을 천명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는 등 비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이 과거 어느때보다 견조하며 3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등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동시에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정책적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포함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28일 발표할 계획이나 브렉시트 등 변수들이 많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통화완화 등 정책 조화를 통해 경제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 연구기관 사이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을 차단하고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론’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하반기 재정절벽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11조5000억원에서 최대 26조6000억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 하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2014~2015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11조5000억원의 추경이 필요하며, 올 하반기 집행 규모를 상반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6조6000억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상반기에 재정을 초과집행해 결국 하반기에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브렉시트라는 돌발 변수로 국민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정을 추가 투입한다고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기는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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