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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산은·수은 “구조조정 외부 자문단”…방만경영 개혁은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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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자회사 매각 외부 맡기기로

“근본 대책 없고 책임 전가” 지적

구조조정 지연, 기밀 유출 우려도

“외부 구조조정 자문단의 조언을 받아 신뢰받는 정책금융기관으로 환골탈태하겠습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3일 동시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혁신방안을 내놨다. 기업 대출 부실을 막지 못해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위기에 놓인 두 국책은행이 공적 자금(자본확충펀드 11조원)을 수혈받는 대가로 내놓은 자구책이다.

산업은행은 외부 출신 위원장·위원이 주도하는 혁신 컨트롤타워인 ‘KDB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직속으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만든다. 자문단은 신용평가사·애널리스트·회계법인·교수·컨설턴트 등 40~50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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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외부전문가·사외이사 중심의 출자회사관리위원회에 자회사 매각을 맡기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8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132개의 비금융출자회사를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수출입은행도 구조조정 외부자문단을 신설해 구조조정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두 은행의 혁신안에 혁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크다. 방만경영을 막을 근본적 대책보다는 주요 의사 결정을 대리인인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자문위원에게 구조조정을 맡기는 건 책임전가”이며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매각을 출자회사관리위원회에 맡기면 헐값·특혜 매각 논란이 불거질 때 경영진과 관리위원회가 서로 책임을 떠밀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50명의 자문단이 구조조정 정보를 공유하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고 민감한 기업기밀이 유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이번에 내놓은 임직원 재취업 금지안에 대해서도 “예외조항이 많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은이 최대 채권은행·주채권은행인 기업이나 임직원 추천권을 보유한 기업에는 심사를 거쳐 취업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에서만 받던 경영평가를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두 곳으로부터 받겠다’는 수은의 경영평가 강화 방안은 지난해 ‘모뉴엘 사기대출’ 재발 방지책에 이미 담긴 내용이다.

김상조 교수는 “국책은행 혁신의 핵심은 낙하산 관행 근절을 포함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산은 회장, 수은 행장 승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편 이사회의 구조조정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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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돌아본 뒤 울산시청에서 지역경제인 간담회를 열고 “지역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이달 안에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기현 울산시장, 유 부총리, 현대중공업 권오갑 대표이사·김정환 조선사업부문 사장. [사진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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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말뫼의 눈물’로 불리는 골리앗 크레인이 있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돌아본 뒤 울산시청에서 지역경제인 간담회를 열었다. 유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1980년대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신재생에너지를 대체산업으로 육성한 스웨덴 말뫼 지역처럼 구조조정 이후 새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지역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이달 안에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조선업 근로자의 고용 유지 휴업수당과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체불임금 청산과 재취업훈련 등을 위해 연간 4700억원이 투입된다.

그는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빨리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9월 이후 시행되면 효과는 반 이상 줄어든다”며 추경의 시급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태경 기자, 울산=김민상 기자 unipe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이태경.김민상.송봉근 기자 step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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