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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조선사 부실 키운 국책은행]수출입은행, 성동조선 ‘적자 수주’ 부추겨 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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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사실상 올스톱

관리 소홀 탓 부실 더 커져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2012년 9월 성동조선에 대한 ‘3차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하며 연간 누계손실한도 700억원 내로 적자수주를 제한하는 ‘수주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조선업계 수주 절벽이 심각한 상황에서 업황이 좋아질 때까지 일단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사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업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수주 물량은 2012년 14척, 2013년 22척으로 통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듬해 5월 수은은 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손실한도를 1800억원으로 올리면서 적자수주 물량도 확대했다. 결국 성동조선은 2013년 최소조업 유지 물량(22척)보다 많은 44척을 수주하게 됐다. 이로 인해 성동조선의 영업손실액은 588억원 증가했고, 구조조정은 사실상 중단됐다.

감사원이 15일 성동조선의 부실 원인으로 수출입은행의 ‘관리 소홀’을 지목했다. 수은이 성동조선의 적자수주 규모를 대책없이 확대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로 인해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적자수주 물량 확대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수은의 느슨한 관리가 부실만 키운 셈이다. 2012~2014년 성동조선의 영업손실 추정액은 747억원에서 3663억원으로 불어났고,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액도 1조25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었다. 성동조선의 경영 정상화 목표 시기도 2015년에서 2019년으로 늦춰졌다.

감사원은 또 성동조선이 수주 과정에서 선박 건조 원가를 실제보다 낮게 산정해 수은에 승인을 신청했는데도 수은이 제동을 걸지 않았고, 결국 적자수주 승인 기준에 미달하는 선박 12척을 추가 수주해 1억4300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영정상화 약정 체결 뒤 사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동조선과 수은은 2010년 9월 이후 총 4차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을 체결했지만, 인건비 조정이나 사업 규모 축소 등 이행 담보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 또 성동조선의 경영 실적이 5년 연속 최하등급을 맞을 정도로 부진했음에도 수은은 구체적인 시정 계획을 요구하지 않았고, 부실한 자구계획을 형식적으로 승인했다. 성동조선은 2010년 3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로, 수은은 성동조선의 지분 70.6%를 보유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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