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구조조정 강조에 철강 "긴장"·유화 "계획없다"

【서울=뉴시스】이연춘 한상연 황의준 기자 = 조선·해운업에 몰아친 구조조정 태풍에 철강·유화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 개원 연설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조정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과 채권단은 '사즉생'의 각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비대해진 인력과 설비 등 몸집을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삭감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으면 해당기업은 물론 우리 산업 전체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해운·조선업에 이어 공급과잉 산업으로 분류되는 철강, 유화업계도 정부차원의 구조조정 칼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 의지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최근 철강업계는 중국발 철강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 심화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그간 이목이 쏠려있던 조선·해운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밑그림이 완성되면서 다음 산업재편 타깃은 철강업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철의 날 행사에서 "지금의 글로벌 공급과잉을 극복하고 구조조정 후 더욱 강력해질 전세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비핵심부문을 과감히 털어내고 핵심영역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산업은 내부적으로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역시 "우리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해 나가야 하고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해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차원에서 철강업계는 지난달 보스턴컨설팅그룹 측에 품목별 공급과잉 현황 진단을 의뢰한 상태다. 오는 7월말경 최종보고서가 나오는 시점부터 철강산업의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특히 철강은 정부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첫 적용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빨라도 올 하반기에 나올 업종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라 자발적 산업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 분야의 경우 정제 마진 확대로 최근 단기 호황을 맞았지만, 부진한 특정 합섬원료 부문에서는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는 아직까지 공급과잉 우려에 따른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자체 시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도 이 같은 자세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한화케미칼 측은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이 없다. 현재는 가성소다(CA)를 제외한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 등 주력 제품들의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없는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며 "앞서 CA 공장을 매각하기는 했지만, 이를 받은 유니드에서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데다, 실제 여수 공장에서 CA 물량을 증설하기 때문에 이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업계 경기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이유도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

롯데케미칼 측은 "주력 제품은 테레프탈산(TPA)이다. TPA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량 대부분이 계열사 음료 페트병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등 자체 수급을 위한 물량"이라며 "물량 자체가 다른 대규모 업체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에 TPA에 대한 우려가 적다.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y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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