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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은행 이자이익 감소에 충당금 '공포'까지…구조조정 무리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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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들의 수익성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저금리로 인한 이자마진 축소로 가뜩이나 수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조선· 해운사 구조조정으로 거액의 충당금까지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실적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55%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은행 실적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한은 금통위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하면서 은행의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더 축소되면 순이자마진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은행권의 이자 이익이 올해 3분기 862억원, 4분기 527억원 등 하반기에만 1389억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올해 상장은행 이자이익 대비 0.4% 및 순이익 대비 1.7%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문제는 구조조정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현재 50조원이 넘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들은 이들 조선사의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놓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속속 채권 등급을 낮춰 충당금을 쌓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최근 신한은행도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단계 낮춘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은행들이 신규 자금 지원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여건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순이자마진 축소로 국내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감소한 데다 부실 기업에 대한 대손 비용이 증가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양상”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은행들이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신규 자금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 조선사 구조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주요 시중은행장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시중은행이 조선사 여신을 축소할 경우 애써 마련한 자구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며 거래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연구위원은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살리기로 했으면 충분한 자금 공급으로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자금 회수도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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