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기준금리 전격 인하] 구조조정 충격 완충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지금처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따른 기대효과는 불확실하고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린 진단이다.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국제유가 급변, 대북 리스크 등 대외 리스크가 터지던 당시의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담겨 있었다. 이후에도 이 총재는 금리인하 여력은 있지만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

때문에 한은이 9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깜짝 인하한 것은 금리인하의 부작용보다 기대효과가 더 크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가 그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재정ㆍ통화의 ‘정책 패키지’로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3월과 6월 두 차례의 금리인하 ‘약발’이 이미 끝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헤럴드경제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7.4%로 집계돼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처럼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경기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통해 기업투자를 유도하자는 게 한은의 의도로 풀이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그만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것을 (금통위원들이) 공감했다는 뜻”이라면서 “더 이상 경기가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통화정책의 방향성 점검과 시사점’에서 김천구 연구위원은 1분기 기준으로 우리 경제의 적정금리로 1.21∼1.35%를 제시하며 “기준금리를 내려도 소비와 투자 확대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가 더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은 금리인하 효과가 제약되는 것을 미리 방지한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고용지표 부진으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부채질할 부작용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60조9000억원으로 4월에 비해 6조7000억원 증가했다. 올들어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1000억원(1월)→2조9000억원(2월)→4조9000억원(3월)→5조2000억원(4월) 등으로 매달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신심사 선진화방안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집단대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인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1%까지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전격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리인하로 유동성랠리 기대감에 코스피는 2030선까지 올라 연중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구조조정 포석을, 이미 채권 시장이 7~8월로 금리 인하를 반영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종의 안정성을 추구한 결정”이라며 “환율의 소프트랜딩도 감안한 조치로 시기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4월에는 총선이 있어서 3분기 재정집행이 거의 없는 가운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활성화와 부동산 측면에서 서프라이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 대부분이 동결을 예상했으나 미국의 9월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금리를 내리지 않았을 경우의 실망감을 고려해 미리 대응, 투자 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은행이 다소 악영향을 받는 가운데 부동산, 증권 등이 부상할 것으로 기대됐다.

외환시장도 비교적 덤덤한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41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3원 떨어진 1154.3원에 거래중이다.

한은 금리인하 소식에 잠시 3.9원 오른 1160.5원까지 상승했지만 이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장중저가는 1151.3원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한은 금리인하와 함께 1160원대로 튀어올랐다. 이후 1160원을 지지할 것으로 봤지만 이내 제자리를 찾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달러 약세와 위험선호 분위기를 더 반영하는 모습”이라며 “일부 금리인하를 선반영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흐름을 이어갈 듯 싶다”고 전했다.

spa@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