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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구조조정계획 발표날 '책임규명' 압수수색…"올 게 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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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산업은행, 검찰 전격 압수수색에 어수선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김동현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은 검찰이 8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회사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라는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 일각에서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특히 이날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대우조선을 비롯한 주요 조선업체들의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한 날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은 자구계획보다 수사에 더 쏠렸다.

검찰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중구 대우조선 본사와 경남 거제시에 있는 옥포조선소 등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오전 8시는 대우조선의 출근 시간으로 서울 본사의 직원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검찰 수사관을 맞았다.

압수수색이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는 직원들이 1층 로비에서 기다리는 취재진 사이로 서둘러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은 지하 5층, 지상 17층 사옥에서 직원들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4층과 13층 사이를 오가며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인 '포시도니아' 참석차 지난 6일부터 출국해 사무실에 없었다. 영업·기술·설계 담당 임원들도 정 사장과 함께 그리스에서 외국 선사·선주를 만나며 수주 활동을 하고 있어 수뇌부가 없는 상태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그러나 대부분 직원은 별 동요 없이 일상적인 업무를 이어갔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인 데다 대우조선 내부에서도 전 경영진의 부실 경영 등 환부를 이번에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조선은 최근 재무제표 수정으로 지난 2년간의 흑자가 적자로 돌아섬에 따라 고재호 전 사장에 지급한 상여금 5억원을 돌려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과 올해 1월 전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 여부를 밝혀달라고 검찰에 진정서를 낸 것도 대우조선 감사위원회였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직원들은 담담한 분위기에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에 잘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정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의 하나로 자구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검찰 수사까지 겹치면서 바람 잘 날 없는 하루를 보냈다.

산업은행에는 이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10여 명의 수사관이 구조조정부문에 찾아와 대우조선과 관련한 자료들을 수집해 갔다.

이날 대우조선의 자구계획까지 확정, 발표한 구조조정부문의 직원들은 검찰 수사에도 협조하느라 사무실 주변을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압수수색 소식에 큰 동요 없이 업무를 이어갔다고 산업은행은 전했다.

산은 관계자는 "구조조정부문에서는 기업 관련 수사가 이뤄질 때 압수수색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며 "이번 조사 역시 직접적인 의혹에 대한 수사라기보다는 참고 자료의 확보 차원으로 보이는 만큼 크게 동요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과 관련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계속 거론되는 상황이라, 향후 부실의 책임을 규명하는 검찰 수사가 산은을 향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도 감지된다.

하지만 구조조정 계획을 종합적으로 발표하는 날 부실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자 처벌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검찰과 날짜를 조율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 부실로 인한 피해의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점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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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 중'
'지금은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 중'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대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경영 부실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을 정조준하고 첫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경남 거제시 소재 옥포조선소 등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파견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압수물품을 담기 위해 박스를 들고 서울본사로 들어서는 수사관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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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대우조선해양
흐린 대우조선해양 (거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을 실시한 8일 오전 흐린 날씨 속 대우조선해양 서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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