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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6.8 구조조정]책임과 숙명 사이에서 방황하는 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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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구조조정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6.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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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잘못에는 반성과 책임이 뒤따른다. 이번 기업 구조조정도 그렇다. 부실기업 채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책은행이 먼저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국책은행 탓만 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두 국책은행의 조선·해운업 관련 대출 규모는 21조원에 달한다. 국책은행의 출혈이 커지자 정부는 8일 정부의 현물출자와 펀드 조성을 병행해 자본확충을 돕기로 했다.

책임의 화살은 국책은행으로 향했다. 정부도 총대를 멘 금융위원회를 앞세워 국책은행을 질책했다. 비난 여론을 틈타(?) 성과연봉제도 밀어붙였다. 감사원도 산은 등 금융 공공기관 감사에 나섰다. 국책은행 안팎에서 들리는 "정부는 뭐했냐"는 볼멘소리가 애처롭게 들리는 이유다.

국책은행은 정부가 대주주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산업은행의 지분 100%는 모두 금융위, 즉 정부 소유다. 최고경영자도 정부가 임명한다. 큰 틀의 정책 결정은 정부 없이 불가능하다. 시장 원리를 이유로 정부 결정을 거스르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이다.

작년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한 대우조선해양의 제1대 주주는 산은(49.7%), 2대 주주는 금융위(12.2%)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금 조달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지금은 골칫덩어리인 조선·해운업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주요 성장 동력이었다. 수익성을 넘어 이 산업이 한 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 상징성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조기에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산은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국책은행은 인사부터 경영까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것이 별로 없다, 특히 국책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선 단순히 순익만을 고려해 칼을 빼 들기는 어렵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중은행과의 교통정리도 국책은행 몫이다. 특정 기업의 채권단에 함께 속한 시중은행이 실익을 고려해 채권단에서 발을 빼면 기업부실을 책임지는 '배드뱅크'의 역할을 하는 것도 국책은행이다. 국책은행은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고려할 의무가 있어서다.

정부가 구조조정 책임을 나 몰라라 했던 경우는 지난 STX 사태에서 논란이 됐다. 금감원은 부실대출을 이유로 산업은행 직원을 징계했다. 산은은 "사실상 당국 공조하에 일어난 일을 당국이 징계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경우가 잦아지면서 지난 19대 국회에선 일부 의원들이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촉법 연장을 반대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5월 초,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구조조정 업무를 맡은 금융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 관계자가 '조선·해운업은 한국의 근간 산업이며 언젠가 2000년대 초반의 호황이 올 수 있으니 다 살려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구조조정을 또 해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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